
지난해 188억 달러라는 유례없는 적자에 허덕이던 인텔이 1년 만에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부활의 날개짓을 펴고 있다. 인텔은 올 3분기 매출 137억 달러, 순이익 41억 달러를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자산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포함됐으나, 올 한해 동안 공정 기술 확보와 재무적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유의미한 진전을 보였다는 평가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4월 한때 17.67달러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리더십 교체와 정부 지원 소식이 잇따르며 이달 들어 44달러까지 치솟으며 연초 대비 150% 가까이 올랐다.
○'18A' 공정의 승부수... 파운드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될까
인텔 부활의 핵심 엔진은 최신 반도체 제조공정 ‘18A’(1.8㎚·1㎚는 10억분의 1m) 공정이다.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 팹 52를 중심으로 업계 최초의 후면 전력 공급 기술인 '파워비아'와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리본펫'을 적용한 18A 양산에 돌입했다. 인텔 18A는 전 세대 대비 1.3배의 밀도와 와트당 성능 15% 향상, 동일 성능에서 25% 소비전력 절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한때 인텔을 떠났던 '빅테크 우군'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애플은 2027년부터 보급형 M시리즈 칩 물량 일부를 인텔 18A 공정에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도 인텔을 생산 파트너로 낙점하면서 파운드리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인텔의 또 다른 승부수는 AI 추론 시장을 겨냥한 반도체다. 인텔은 엔비디아가 선점한 학습 시장 대신 AI 추론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이를 위해 AI 칩 스타트업 '삼바노바 시스템즈(SambaNova Systems)'를 16억 달러에 사들이는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삼바노바의 '재구성 가능한 데이터플로우 유닛(RDU)' 기술은 초거대 언어 모델(LLM) 추론에서 뛰어난 전력 효율성을 제공한다.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제온과 삼바노바의 가속기 기술을 결합해 엔비디아에 대응하는 독자적인 AI 인프라 솔루션을 구축한다는 게 인텔의 복안이다.
◆CEO 리스크도 해소 국면●
경영진 리스크도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월 취임한 탄 CEO는 조직 구조를 단순화하고 엔지니어링 중심 문화를 재정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핵심 사업부 리더들이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를 갖췄고, 전체 인력의 15~20% 수준인 감원 계획도 순차적으로 이행 중이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인텔 부활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 9.9%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인텔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엔비디아와 소프트뱅크 역시 인텔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며 차세대 컴퓨팅 인프라 개발을 위한 전략적 동맹을 형성했다.
○수율 안정화와 수익성 증명이 관건
넘어야할 산도 여전히 많다. 최우선 과제는 18A 공정의 수율 확보다. 2025년 말 기준 70% 수준까지 올라왔으나, TSMC와의 가격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2026년까지 80% 이상의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해야 한다. 테크인사이츠 등에 따르면 18A는 전력 효율 면에서 TSMC 2㎚와 대등하거나 소폭 앞선다는 평가를 받지만, 트랜지스터 밀도와 성숙 수율 측면에서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개입이 심화되면서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 및 수출 규제 대응에 있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텔은 최근 대관 담당 임원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인 로빈 콜웰 대통령 부보좌관 겸 국가경제위원회(NEC) 부국장을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3분기 흑자가 일회성 이익에 의존한 만큼 내년부터 본격화될 양산 제품의 시장 반응과 매출 성장세가 실제 턴어라운드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