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기술 전환을 이끄는 스털링 앤더슨 최고제품책임자(CPO)가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의 잠재적 후계자로 부상하고 있다. 63세인 바라 CEO가 은퇴할 경우를 대비한 차기 리더십 구도에서 앤더슨이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앤더슨이 바라 CEO가 요구하는 최첨단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술을 GM 차량에 성공적으로 이식할 경우 차기 CEO로 올라설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앤더슨은 올해 6월 GM에 합류했다. 테슬라에서 모델 X와 오토파일럿 개발을 이끌었고, 자율주행 트럭 기업 오로라 이노베이션을 공동 창업한 이력을 지녔다.
바라 CEO는 GM 차량 전반에 컴퓨팅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조향과 제동 등 기계적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하는 구조로 전환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독형 기능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원을 창출하는 전략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적자를 기록 중인 GM의 전기차(EV) 사업을 수익 궤도에 올려놓는 역할도 앤더슨의 몫이다.
다만 승계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다음 주 64세가 되는 바라 CEO는 은퇴 시점에 대한 제약이 없으며, 계속 경영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GM의 마크 로이스 사장(62) 역시 승계 구도에서 배제할 수 없는 인물로 꼽힌다. GM 측은 앤더슨의 향후 역할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이며 추측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앤더슨의 경력은 GM이 지향하는 ‘기술 중심 완성차 기업’ 전략과 맞닿아 있다. 그는 오로라에서 로보택시 중심 전략을 접고 완전 자율주행 화물 운송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드는 과정을 지켜본 것이 GM 합류를 결심한 계기였다는 설명이다.
GM은 이미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차량 기능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애플뮤직을 탑재했고, 허머 전기차에 회전 반경을 줄이는 ‘킹 크랩 모드’도 적용했다. 모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구현됐다.
하지만 기술 전환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7500달러에 달하던 연방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를 폐지하면서 EV 수요가 둔화했고, 이는 GM의 2035년 전면 전동화 목표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GM은 3분기에 전기차 사업에서 16억 달러의 손상차손을 반영했고, 4분기에도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 로보택시 자회사 크루즈에는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보행자 사고 이후 사업을 종료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전략 역시 시행착오를 겪었다. 쉐보레 블레이저 전기차는 출시 직후 결함이 발생해 지난해 3개월간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GM은 기술 전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애플 출신 인재들을 영입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차량 통합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이 시스템은 고속도로 주행 시 운전자가 핸들과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수준을 목표로 한다. 앤더슨은 이를 장기적으로 도심 환경까지 확장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앤더슨의 또 다른 과제는 차량 소프트웨어 조직 재건이다. 최근 애플 출신 핵심 임원들이 회사를 떠났고, GM은 1년 전 역량 재편을 이유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1000명을 감원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크루즈 조직을 정리한 이후에도 GM은 자율주행 기술 자체는 포기하지 않았고, 앤더슨은 크루즈 출신 인력을 다시 영입하며 외부 전문가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전기차 원가 절감 역시 핵심 과제다. 앤더슨은 블룸버그에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업체들이 사용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유사한 비용 구조를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LMR 배터리를 적용하면 쉐보레 실버라도,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같은 대형 전기차의 원가를 차량당 1만 달러가량 낮출 수 있으며, 2028년 출시될 차세대 배터리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