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수권법은 이날 찬성 77표, 반대 20표로 상원을 통과했다. 하원과 합의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상원을 통과한 법안과는 내용이 달라졌다. 기존 법안은 태평양 연안에 민간 조선소 두 개를 신설하도록 해군에 요구하면서 한국 일본에 기반을 둔 기업을 특별 우대해 외국계 조선사의 미국 자회사 설립과 투자를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또 핵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보조 함정에 대해 외국 정부·산업계와 공동 생산 가능성을 조사하도록 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 조선사의 기술력 및 자본력을 활용해 미국 조선업 부활을 꾀하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한국 입장에선 마스가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문구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날 최종 통과된 국방수권법안에서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새 조선소를 짓기보다는 기존 공공 조선소 인프라를 최적화하고, 미 군함 수리 거점을 확장하는 내용이 들어가긴 했지만 한국 등 외국 조선사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내용은 모두 삭제됐다. 하원이 미국 조선소 노조의 불만을 의식해 한국과 일본 조선사를 우대하는 내용을 삭제했고 상원에도 기존 조항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는 해군 역량을 높이기 위해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지만 의회는 한국 등과의 조선업 협력이 미국인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다.
미 군함의 해외 건조를 금지하는 조항도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달 한·미 관세·안보 팩트시트(설명자료)에 미국 상업용 선박과 전투함 증가 방안의 하나로 ‘한국에서 미국 선박 건조’ 문구가 담기면서 미 군함의 한국 내 건조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미 의회는 국방수권법에서 군함이 아니라 미사일 방어 시험을 위한 비전투 지원선에 한해 최대 두 척까지만 미국 밖 조선소 건조를 허용했다.
국방수권법안에는 행정부가 현재 2만8500명 수준인 주한 미군 규모를 일방적으로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5년 만에 재등장했다. 한·미 동맹의 가치를 중시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선 굳이 이런 조항을 두지 않아도 주한 미군 감축 우려가 제기되지 않았는데, 트럼프 행정부에선 주한 미군 감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자 의회가 일종의 견제 장치를 둔 것이다.
국방수권법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치면 발효된다. 국방수권법은 의회가 국방부의 정책과 예산을 심의하는 연례 법안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