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18일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을 중심으로 한 연구개발(R&D)과 핵심 기술 경쟁력 강화가 포인트다. 다만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및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수장은 여전히 물색 중이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현대차그룹의 미래차 운명이 달린 사업부 수장 선임에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18일 R&D 본부장에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기아 R&D본부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했다. 양희원 전임 사장이 이끌던 R&D 본부를 하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이끌게 됐다. 하러 부사장은 포르쉐와 BMW 출신의 차량 성능 전문가로 지난해 5월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 제네시스와 현대N 및 제네시스 GV60 마그마 등 고성능 차량 개발에 앞장서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다만 R&D 본부의 한 축으로 자율주행의 핵심 부서를 이끌던 송창현 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 및 포티투닷 사장의 후임은 이른 시일 내 선임할 계획이라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송 전 사장의 후임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빠졌지만, 송 전 사장이 주도해온 SDV 전략 수립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 자율주행 기술 '아트리아 AI' 등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는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사업을 이끌던 신재원 전 AAM 본부장 및 슈퍼널 CEO의 후임 또한 미정이다. 신 사장은 지난 8월 실무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위촉된 바 있다.
늦어지는 현대차그룹 미래차 사업 수장
AVP 본부장, AAM 본부장 선임이 빠지는 등 미래차 분야의 수장 선임이 늦어지는 이유로 현대차그룹이 내실을 다지기 위해 인사 선임에 신중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 5일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력에 대해 격차를 인정하면서도 "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안전 쪽에 더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히 시장 출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검증되지 않는 기술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속도' 보다는 '내실'을 다지겠다는 정 회장의 '안전' 기조가 이번 인사에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이번 인사에서는 SDV를 중점으로 하는 기조를 엿볼 수 있다.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 구축 가속화를 위해 제조부문장에 정준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한 점이 그렇다. 정 신임 사장은 완성차 생산기술을 담당하는 제조솔루션본부와 수익성과 공급망 관리의 핵심인 구매본부를 총괄하고 있으며, 이번 승진을 통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미래 생산체계 구축과 로보틱스 등 그룹의 차세대 생산체계 구축에 주력할 전망이다. 하러 신임 사장을 비롯해, 정 신임 사장의 발탁은 현대차그룹 SDV 체계 전환의 핵심 포지션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사장단 인사에서와 마찬가지로 전체 승진 대상자 중 30% 가까이 R&D와 주요 기술 분야에서 발탁·승진시키며 기술인재 중심의 인사 철학을 이어갔다. 특히 배터리설계실장 서정훈 상무(만 47세)와 수소연료전지설계1실장 김덕환 상무(만 48세) 등 그룹의 핵심 미래전략과 직결된 부문에서의 40대의 젊은 임원을 선임하며 인재 발탁에 집중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인적 쇄신과 리더십 체질 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며, “SDV 경쟁에서의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사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