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사실상 연중 가동되는 체제로 굳어지면서 정부의 재난 대응 체계가 ‘상시 비상’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일 대형 재난과 사회적 위기가 잇따르면서 중대본 설치가 잦아지고 운영 기간도 길어지는 흐름이 뚜렷해 현장 대응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인력·체계 보강이 향후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윤호중 장관 임기 중 64.5%가 '중대본부장'
1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중대본은 2020년 18회 설치된 뒤 2021년 20회, 2022년 21회, 2023년 22회로 증가했다. 작년에도 18회, 올해는 이날까지 22회 설치됐다. 설치 횟수 자체는 큰 폭으로 늘지 않았지만 운영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2020년 2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설치된 중대본은 2023년 5월까지 1194일간 운영됐다. 2024년에는 의사 집단행동 대응을 이유로 중대본이 605일간 가동됐다. 올해에도 산불과 폭염, 지진, 전산시스템 화재 등 재난·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200일간 비상체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임명된 지난 7월 20일부터 이달 18일까지 152일 가운데 폭염·호우·전산시스템 화재·대설 대응 등으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된 기간은 98일에 달한다. 임명 이후 재임 기간의 약 3분의 2(64.5%)를 중대본 체제로 보낸 셈이다.
중대본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 관계부처와 지자체, 유관기관이 참여해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대응 전략을 조정하는 중앙 정부 차원의 통합 지휘체계다. 중대본이 설치되면 각 기관은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해 인력과 장비, 예산을 재난 대응에 우선 투입한다. 그만큼 중대본 가동이 길어질수록 정부 전체의 대응 역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지원 체계가 중요해진다.
"장관급 리더십 필요"…상설 조직 검토엔 '신중론'
행안부 안팎에서는 중대본을 상설 조직으로 체계화하자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중대본 회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와 유관기관의 책임 있는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장관급 중대본부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할 때 지자체장 참여와 기관 간 조정이 원활해진다는 현장 경험이 누적돼 있어 상설화 논의 역시 운영 주체와 참여 방식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중대본 가동이 늘어난 배경에는 기후위기 영향으로 자연재난이 빈발하고, 대형 사고·사회적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환경 변화가 있다.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비상 대응을 잘하는 체계’뿐 아니라 ‘비상 대응을 오래 버틸 수 있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대본 중심 대응은 유지하되, 상시 비상 국면에서 행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뒷받침하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향후 재난 대응의 과제로 꼽힌다.
중대본이 한 해의 상당 기간 작동하는 해가 이어지면서 ‘비상체제의 일상화’라는 말이 현장에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이 겹쳐 발생하는 경우가 늘다 보니 중대본이 단기간에 끝나기보다는 일정 기간 이어지는 상황이 많아졌다”며 “대응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것이 현장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