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이 67년 만에 전면 개정 작업에 본격 돌입한다. 앞서 두 차례의 전면 개정 시도가 무산된 만큼, 법무부는 이번에는 빠른 입법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16일 법무부는 민법 중 계약법 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입법 예고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법무부는 2023년 6월 양창수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김재형 전 대법관을 검토위원장으로 하는 민법개정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개정안에는 '변동형' 법정이율제 도입(민법 제379조)이 담겼다. 기존 법정이율은 민사 연 5%, 상사 연 6%로 고정돼 있어 경제 상황 변화와 무관하게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 시장 통용 이율, 물가상승률 등 경제 사정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법정이율을 정하도록 했다.
또 '가스라이팅'으로 대표되는 부당한 심리적 지배 상황에서 이뤄진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신설됐다(제110조의2). 종교 지도자와 신도, 간병인과 환자 등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강한 의존 관계에서 의사를 표시한 경우 이를 취소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채택 중인 '부당위압(undue influence)' 법리를 국내에 도입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계약 불이행 사례가 잇따르며 쟁점이 됐던 '사정 변경'에 관한 조항도 신설된다(제538조의2). 계약 체결 당시와 비교해 사정이 현저히 변경됐고,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변경을 계약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경우 계약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했다. 계약 수정이 불가능한 경우 해제나 해지도 허용된다.
민법은 1958년 제정된 이후 상속법 등 일부 조항만 개정됐을 뿐, 전면 개정은 이뤄진 적이 없다. 법무부는 1999년 이후 두 차례 민법개정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전면 개정에는 실패했다. 법무부는 계약법에 이어 물권법도 순차적으로 개정해나갈 예정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개정안이 국민 편익과 민법의 신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법무부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