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제조’ 실험 본격화
이날 우주청이 내놓은 정책 방향은 우주를 산업의 실험장으로 활용하는 데 모아졌다. 우주청은 이날 미세중력 환경을 활용한 우주 제조 실증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지구 상공 약 300~1000㎞ 저궤도에서는 중력이 미세해 대류 현상이 없어 신소재, 신약 개발 실험 정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한국도 지난달 누리호를 통해 줄기세포 3차원(3D) 프린팅 실험 모듈을 탑재한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발사했다.
우주청은 내년부터 5년간 475억원을 투입해 궤도 내 무인 제조·실험 플랫폼을 띄우고, 실험 결과물을 재진입 캡슐로 회수하는 ‘우주소형무인제조플랫폼 실증사업’을 새로 추진한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활용해 우주 제조 기술을 한창 발전시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30년 이후 ISS가 퇴역하면 민간 기업들이 만든 상업정거장 모델로 우주 제조 시장 구조를 전환할 계획이다.달 탐사도 2032년 착륙선 임무를 목표로 이어진다. 한국은 2022년 달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해 세계 일곱 번째 달 탐사국이 됐다. 우주청은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하위 프로젝트인 상업용 달 탑재체 서비스(CLPS) 프로그램과 연계해 착륙선 및 로버 탑재체 개발을 추진한다.
태양권 탐사 계획도 공개됐다. 지구와 태양의 라그랑주점 중 한 곳인 L4 지점에 탐사선을 보내 우주환경 예보 시스템과 심우주 광통신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L4는 태양 폭풍을 측면에서 관측할 수 있어 우주 재난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 화성 500㎏ 모듈, 스타십에 싣는다
우주청은 장기적으로 2045년까지 화성 착륙선을 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30~2031년엔 스페이스X 스타십을 활용해 500㎏급 무인 모듈을 화성에 착륙시키는 실증을 추진한다. 화성 탐사는 유인 기지가 아닌 무인 탐사기지로 운용할 예정이다. 전력 생성, 통신망 구축, 열 관리 등 ‘생존 인프라’ 검증이 주요 임무다. 최대 24분에 달하는 지구-화성 간 통신 지연 시간을 극복하는 우주 광통신 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우주 대기 불안정 극복이 필요한 고난도 기술이다.화성 궤도선은 ‘킥스테이지’를 개발해 누리호로 실증한 후 이를 토대로 2033년까지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킥스테이지는 발사체가 탑재체를 저궤도에 올린 뒤 추가 추력을 제공해 목표 궤도나 심우주로 더 멀리 보내는 추진 모듈이다.
예산과 전문 인력 부족은 과제로 꼽힌다. 내년 우주청 예산은 1조원 수준으로 미국, 유럽 우주당국 예산(10조~20조원 이상)에 크게 못 미친다. 우주청은 “우주 탐사는 산업의 미래이자 국가 안보 기술의 종합 시험대”라며 “민간 기업과 학계, 연구소가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우주 연구개발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