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원천 차단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 정치권과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과도한 사전 규제”라며 16일 재검토를 촉구했다.국회 스타트업 연구모임 ‘유니콘팜’ 소속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벤처업계와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약사법 개정안 긴급 간담회’를 열고 법안의 타당성과 대안을 논의했다.
속전속결 약사법 개정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나우는 지난해 3월 의약품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고도 동네 약국 재고가 없어 헤매는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였다. 닥터나우는 현행 약사법이 의사와 약국 개설자의 의약품 도매업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새로운 기회로 봤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기업이 약국 재고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운 약국을 연결하고, 제휴 약국에는 도매 기능을 통해 의약품을 직접 공급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민주당과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닥터나우 방지법을 전격 상정해 처리했다. 플랫폼이 도매상 역할을 하면서 일부 약국과 제휴할 경우 ‘신종 리베이트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의사이자 기업인 출신인 안 의원은 “이 법은 이른바 타다금지법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새로운 시도가 등장했을 때 성공과 실패는 시장에 맡겨야지, 부작용 가능성만을 이유로 사전에 차단하면 혁신은 일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90여 종의 의약품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시장에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 지켜본 뒤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논의의 핵심은 특정 기업을 막느냐 지키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비대면 진료가 국민에게 주는 편익과 우려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있다”며 “전면 금지가 아닌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타다금지법이라는 정책 실패를 이미 경험했다”며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원천 봉쇄하는 방식은 AI 시대의 산업 환경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타다금지법은 2020년 승차 공유 서비스에 반발한 택시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민주당 주도로 규제가 강화된 대표적 사례다.
"수조원 혁신 펀드보다 규제 하나 걷어내는 게 큰 효과"
이번 개정안이 이른바 ‘포지티브 규제’라는 점도 도마에 올랐다. 포지티브 규제는 법령에 허용 행위를 명시하고, 그 외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수조 원 규모의 혁신 펀드를 조성하는 것보다 규제 하나를 걷어내는 것이 더 큰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관 민주당 의원도 “국민 건강을 위한 예방적 조치는 필요하지만, 그것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며 “이번 개정안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미칠 위축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벤처업계는 이번 개정안이 신산업 전반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상임이사는 “닥터나우의 도매업 진출은 비대면 진료를 완성하기 위한 약 수령 인프라 확보 차원”이라며 “플랫폼의 우월적 지위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과 자율적 조정을 지속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논의를 기득권과 스타트업의 대립 구도로 보지 말고, 기술 혁신과 국민 편익의 문제로 바라봐 달라”고 요청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사전 금지보다는 사후 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재윤 중기부 창업정책과장은 “불공정 행위가 발생한다면 사후적으로 강하게 제재하면 된다”며 “국민 편익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이 ‘타다금지법’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강윤혁 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이번 법은 특정 기업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의약품 유통·처방·조제 분리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플랫폼이 도매업까지 겸할 경우 이해상충과 환자 선택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나 네이버가 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동일하게 규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한규 의원은 “기업이 어떤 사업을 할지는 기업의 자유”라며 “정부가 ‘꼭 필요한 사업인지’를 판단해 사전에 금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문제가 되는 행위가 있다면 행위 규제로 다루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행 개정안이 최선인지, 더 적은 규제로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