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가에서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종목에 대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브로드컴, 오라클, 코어위브 주가가 지난주 급락에 이어 15일(현지시간)에도 동반 하락했다.
이날 브로드컴 주가는 5.6% 하락, 오라클은 2.7%, 코어위브는 약 8% 떨어졌다. 세 종목 모두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상승 구간에 있지만, 최근 흐름은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자금 조달과 수익성 우려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AI 수요 자체는 여전히 강하다. 브로드컴은 이번 분기 AI 칩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8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고, 오라클 역시 메타와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과의 신규 계약을 확보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시선은 ‘얼마나 벌 수 있느냐’보다 ‘어떻게 버틸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확장을 위해 채권 시장과 장기 임대 계약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오라클은 현재 회계연도 설비투자(CapEx)를 기존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상향했다. 11월 말 기준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용량 관련 임대 계약 규모는 2480억 달러로, 계약 기간은 15~19년에 이른다. 이는 불과 석 달 전보다 148%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재무 구조는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벤처캐피털리스트 토마시 퉁구즈는 오라클의 부채비율이 500%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 주요 클라우드 기업들의 7~23% 수준을 크게 웃돈다. 코어위브 역시 부채비율이 120%로 높은 편이다.
브로드컴 역시 AI 수요 확대의 수혜를 보고 있지만, 단기 수익성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커스틴 스피어스 브로드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부 AI 칩 시스템에서 매출총이익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서버 랙과 네트워킹 장비 생산을 위한 선행 투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 주가는 최근 3거래일 동안 17% 급락했으며, 9월 고점 대비로는 46% 하락했다. 코어위브 역시 6월 고점 대비 6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웰링턴 매니지먼트의 매트 위틀러는 “AI 투자가 지속되려면 결국 투자수익률(ROI)이 입증돼야 한다”면서도 “모든 AI 기업이 더 많은 연산 자원을 확보하면 매출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점은 강세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의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막대한 선투자 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를 두고 조정 국면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