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분야에 AI 온다면…직장인이 바라본 AI ①>에 이어
아직 AI가 완벽하게 인간을 대체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영역이 촉각, 후각, 미각이다. 이 영역은 시청각에 비해서는 인공지능이 아직 인간을 따라잡지 못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인간 삶의 압도적으로 많은 양과 높은 질의 데이터가 시각과 청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시각과 청각 조건 변화에 대한 데이터는 압도적으로 양이 많고, 이들은 인공지능의 학습과 자가 발전을 획기적으로 도왔다. 그에 비해 촉각, 후각, 미각은 어떤가. 빅데이터의 양도 적지만 더 큰 난제가 있다. 촉각, 후각, 미각은 개인 호불호가 있고 감성적으로 느끼는 깊이의 정도가 정량적이지 않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틈새시장 ‘오감’
하지만 이제는 이것도 인공지능이 점점 정복해 나가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센서를 통해서다. 이것들이 발전하면 위에서 알아본 소방 일에서 인간의 행동 탐지, 돌봄 사업에서 인간의 감정 이해와 공감이 더욱 세밀해지고 정확해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먼저 후각. 생화학 센서와 광학기술은 냄새 분자를 감지하고 각 분자의 조합으로 어떤 냄새가 나는지, 인간이 냄새를 맡을 때 어떻게 언어로 표현하는지, 보통 어느 수준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냄새를 표준화하고 있다.
미각은 전자 혀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고소한 맛, 떫은맛, 감칠맛, 매운맛, 시린 맛, 깊은 맛을 구분하는 것은 기본이고 같은 맛을 느껴도 사람마다 어떻게 다르게 반응하는지 정도를 구분하는 것도 연구 중이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고 표현하기 때문에 이를 정량화하는 것이 역시 숙제다. 같은 치즈를 먹고도 누구는 시다고 느끼고 누구는 고소하다고 느낀다. 같은 커피를 마시고도 누구는 초콜릿을 생각하고 누구는 땅콩을 생각한다. 혀 점막 속에 분포된 약 1만 개의 미각 세포와 지지 세포를 전자 혀 센서가 따라잡는 중이다.
촉각은 인공피부 기술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삶은 계란의 겉면, 계란 프라이의 겉면, 반숙의 겉면, 생 달걀의 겉면, 달걀 껍질의 느낌, 달걀 노른자의 느낌, 달걀 흰자의 느낌, 오믈렛의 느낌같이 같은 물체라도 다른 물성을 지닐 때의 차이도 인식해야 해 어렵다.
인공지능이 촉각, 후각, 미각을 장악하게 되면 센서로 입력된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인식해서 상대의 감정을 결국 이해하고 공감해 낸다. 음성의 고조, 표정, 눈짓, 시선, 제스처가 시각과 청각에 합쳐져야 진짜 뜻을 알 수 있듯이 공간의 분위기, 악수의 세기, 눈썹의 올라감, 떨림의 강도, 포옹의 느낌, 먹고 마시는 주변 음식의 냄새 등 다양한 정보를 복합적으로 해석해 상대의 감정을 공감하고 반응할 수 있게 정말 사람처럼 해준다는 점이 인공지능 후각, 미각, 촉각의 핵심이다.
인공지능이 꼭 촉각, 후각, 미각을 장악해야만 진정 인간을 온전히 이해하고 인간에게 답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될까.
왜 세계적인 브랜드들은 다 자사 제품이나 솔루션에 ‘캐릭터’를 만들고 이 ‘캐릭터’를 마케팅에 쓰는 걸까. ‘캐릭터’는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근감은 더 많은 호감과 매출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고양이 얼굴 캐릭터, 스노우맨 캐릭터, 바나나 캐릭터, 건전지 캐릭터를 떠올려 보자. 우리는 모두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고 자주 봤던 제품을 생각해낸다.
촉각, 후각, 미각을 장악해낸 인공지능은 회사들이 고유한 캐릭터를 만들 때도 더 입체감 있게 생생한 느낌을 불어넣을 수 있다. 재질을 다르게 한다든지, 향을 다르게 한다든지, 맛을 독특하게 한다든지 해서 말이다. 사람들의 마음에 쏙 드는, 혹은 기억에 확실히 남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 수 있으니까 사람들의 기억에 더 남는, 감정을 더 만져주는 캐릭터와 브랜드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 소비자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할 때 상담하게 되는 인공지능 상담사라든지, 특정 서비스에 대한 팬심으로 사는 굿즈를 선택할 때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왕이면 내 촉각, 미각, 후각을 자극하는, 왠지 감정적으로 더 끌리는 것을 선택하고 편하게 느끼는 것이 소비자의 본능이니까.
이는 위에서 인터뷰한 소방업, 돌봄 사업 외에 의료업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환자의 감정 상태, 정신 건강, 현재 안정 상태를 다면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되는 원격진료를 더욱 정확하게 가능하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후각과 미각은 화장품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백화점 판매원과 AI
(Q)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A) 저는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 신미나(가명)입니다.
(Q) AI 관련해서 현재 업무의 어떤 포인트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A) 저는 맞춤형, 무조건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초미의 관심사예요.
(Q) 백화점 분야에서 AI를 접목해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한 예를 들어주신다면요?
(A) 예를 들어 H 백화점은 2024년 10월 고객 맞춤형 향수를 추천해주는 AI 조향사 서비스를 팝업스토어로 운영한 적이 있어요. 고객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AI 조향사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고 나면 AI가 고객과 나눈 대화 내용, 고객이 지금 입고 있는 옷 스타일, 패션 분위기 등을 분석한 뒤 현재 백화점에 있는 향수 제품 중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추천해줘요.
인공지능은 글, 영상, 이미지뿐 아니라 후각을 비롯한 감각적인 감성 영역에서도 분석을 할 수가 있는 시대예요.
미각도 살펴볼까요? 일본 도쿄 아인앳에비스라는 곳이 있어요. 이곳을 방문하면 맞춤형 와인을 위한 취향 테스트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돼요. 고객이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선호하는 와인 스타일이나 음식 취향 관련된 질문이 있는 웹페이지가 떠요. 가벼운 와인, 무거운 와인, 향이 진한 와인, 향이 가벼운 와인, 뒷맛이 오래가는 와인, 뒷맛이 깔끔한 와인, 특정 텍스처가 느껴지는 와인 등 상세히 취향을 입력할 수 있죠. 이 결과에 따라 고객에게 딱 맞는 와인이 전문 소믈리에를 통해 만들어져요.
이 과정에도 AI가 접목된다면 더욱 정교한 결과 값이 나오겠죠? 지금처럼 설문조사식으로 하지 않아도 말이죠. 질문 자체도 AI가 더 뻔하지 않은, 더 새로운, 더 다양한 각도로 할 수 있을 거라 기대가 됩니다.
(Q) 화장품 분야와 AI의 접목, 어떻게 보시나요? 지금처럼 실제 예를 들어 주시면 이해하기 훨씬 좋겠습니다.
(A) 입생로랑은 고객이 원하는 립컬러를 스마트폰 앱에서 실시간으로 조합해 구현하는 AI 맞춤형 립 컬러 디바이스도 아예 출시했어요. 고객은 앱과 연결된 이 전문 디바이스를 통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을 나만의 맞춤형 제품으로 만들 수 있어요. 결과로 나온 제품도 물론 좋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AI가 나를 위해 제품을 딱 하나 만들어 준다는 그 과정, 스토리가 굉장히 재미있고 독특하게 다가올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주제지만 이렇게 인공지능이 결합되면 데이터 양이 일단 정말 많아질 거예요. 화장품업도 그렇고 모든 업이 이런 식으로 개인 고객별로 대용량 빅데이터를 보유할 테니까요. 이를 저장하고 관리하고 유지보수하는 것도 큰일이 되고 경쟁력이 될 거예요.
(Q) 네, 맞습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 운용 기업과 클라우드 기업이 필요로 하는 강력한 컴퓨팅 파워와 더 많은 전력 공급이 다가 아니죠. 전력 공급이 양도 많아야 하지만 방식이 ‘친환경’적이어야 합니다. 전기 에너지가 많이 드는 만큼 효율적인 냉각 기술도 패키지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죠. 마지막으로 데이터 보호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커진 만큼 사이버보안 솔루션도 필요해요. 지금 언급한 이 부분에서도 이전에 없던 새 먹거리, 새 부가가치가 나올 겁니다.
당신의 직업에는 어디에 어떻게 AI를 접목할 수 있을까. 최선의 노력은 늘 행운을 이긴다.
정순인 ‘당신이 잊지 못할 강의’ 저자·IT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