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2일 18: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국내 1위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에 맡겼던 자산을 다른 운용사로 이관하기 위한 실무 절차에 본격 착수했다.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불거진 내부 정보 관리 논란에 대해 ‘신뢰 훼손’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는 동시에, 실제 자산 이동을 전제로 한 실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다음주 초 삼성SRA자산운용을 비롯해 거래 관계가 있는 부동산 운용사 일곱 곳을 전북 전주 본부에서 이지스운용에 내준 자산 이관 관련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터뷰 대상은 삼성SRA자산운용, 코람코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KB자산운용, 퍼시픽자산운용, 페블스톤자산운용,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1일 이들 운용사에 이지스 자산 이관 방침을 사전 통보하고, 인터뷰 일정과 방식도 함께 전달했다. 인터뷰는 운용사별 1대1 개별 면담 형식으로 진행되며, 대부분의 운용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관 대상 자산의 성격과 규모, 운용 연속성 확보 방안 등을 중심으로 실무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국민연금이 핵심 펀드 LP(출자자)인 만큼 대부분 운용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이지스운용에 출자한 자금은 약 2조원대로, 시장 평가액 기준으로는 7조~8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기금운용본부 내 담당 투자실은 현재 어떤 자산을 어느 운용사로 이관할지 세부 검토에 들어갔다. 특히 복수 수익자가 참여한 펀드의 경우 원칙적으로 수익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국민연금의 지분 비중이 높은 구조인 만큼 실무적 장애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 이관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이지스운용에 약정된 운용 수수료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이지스운용의 운용자산(AUM)과 기업가치가 일정 부분 축소될 수는 있지만, 회사 존립 자체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기금운용본부의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기금운용본부는 전액 회수뿐 아니라 일부 자산만 이관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고, 이관하더라도 3~4개월 간격을 두고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이지스운용의 경영권 교체가 이뤄지고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출자 재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날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새로 내정됐지만, 이지스운용에 내준 자산 이관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도 우세하다. 국민연금 규정상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공단 이사장(CEO)은 기금운용본부의 개별 투자 의사 결정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거버넌스 변화로 인해 이지스운용 관련 방침이 갑작스럽게 뒤집힐 경우 오히려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기금운용본부의 담당 투자실이 이미 정한 노선을 급격히 변경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터뷰를 기점으로 국민연금의 이지스운용 자산 이관 작업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만 국민연금 측은 이와 관련해 "검토 중인 사안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