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자금을 굴리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올해 어떤 데이터에 주목했을까. 대체 데이터 서비스회사인 뉴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가장 집중한 영역은 ‘테크노그래픽스(technographics)’였다. 기업의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지출을 추적할 수 있는 이 데이터는 오랜 비밀 병기로 통하던 ‘소비자 결제 데이터’를 제치고 최우선 분석 대상으로 부상했다. 월마트 결제 영수증을 정밀하게 분석하려 경쟁하던 자본시장 시선의 근본적인 이동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시장 분석의 주체에도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인간에서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의 이동이다. 생성형 AI의 역할은 지난해까지 가능성 탐색 단계였지만,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성과를 입증하기 시작했다. 업계 설문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약 95%가 생성형 AI를 실무에 도입했다. 기업 분석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올해 초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6명이 2주간 매달려야 했던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S-1) 작성의 95%를 AI가 단 몇 분 만에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규제 환경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 11월 폴리마켓의 공식 운영을 승인했다. ‘다음 미국 대통령은 누구인지’ 등 미래 사건에 베팅하는 사업 모델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 폴리마켓은 이제 ‘도박장’이란 오명을 벗고 새로운 파생 금융상품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자본시장 데이터 시장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테크노그래픽스를 비롯한 기업 활동 데이터 영역은 앞으로 더욱 넓고 깊어질 전망이다. 또 예측 시장 등 새로운 플랫폼은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AI는 이런 변화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홍세화 한경에이셀 리서치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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