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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클라우드 기업 오라클이 다시 'AI 거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작년보다 개선된 분기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투자 부담 우려를 덜어낼 만큼 빠른 이익 증가 속도를 보여주지 못 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클라우드 성장 '기대 이하'
오라클은 10일(현지시간) 장 마감 이후 열린 2분기 실적발표에서 2026회계연도 2분기(9~11월)에 매출 160억6000만달러, 조정 영업이익 67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두 수치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선 각각 14%, 10% 급증했지만 시장 기대치는 1% 안팎으로 밑돌았다.성장을 견인하는 클라우드 사업도 예상 이내의 실적을 신고했다. 오라클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34% 증가한 7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연산용 데이터센터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 매출이 68% 급증한 40억8000만달러를 기여했다.
주당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53.7% 증가한 2.26달러로 시장 예상(1.64달러)을 크게 뛰어넘었다. 지난 3월 소프트뱅크그룹에 매각한 반도체 설계 기업 암페어의 매각 대금이 이번 분기에 처리되며 대규모 일회성 이익이 발생했다.
오라클은 세계 최초로 상용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판매한 B2B 소프트웨어 업계의 공룡이다. 하지만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급격히 성장하는 사이 시장의 흐름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오라클은 지난해부터 AI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시장을 독점 수준으로 점유하고 있는 자신들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과 최신 그래픽연산장치(GPU)를 탑재한 데이터센터를 클라우드 상품으로 판매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부채 불어나는데 매출은 '하세월'
전문가들은 오라클의 계획이 아직까진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클라우드 매출이 사측 예상(가이던스)을 넘어 순항하고 있지만, GPU와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도 함께 예상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2분기에 자본지출은 120억달러로, 시장이 예상한 82억5000만달러를 50% 가까이 초과했다. 잉여현금흐름도 100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오라클이 비용 및 부채 통제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용등급은 BBB로 투자 등급 최하단까지 떨어졌고,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1.246%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날 실적발표에서도 이번 회계연도 자본지출 전망을 350억달러에서 500억달러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린지 타일러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오라클의 총부채가 3년 안에 2900억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며 “더 명확한 자금조달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CDS 프리미엄은 2%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영진이 ‘성장 보증수표’로 내세운 계약 잔액이 특정 고객사에 편중되어 있고, 매출로 연결되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2분기말 기준 오라클의 계약 잔액은 5230억달러다. 지난 9월 오픈AI와 계약한 3000억달러가 과반을 차지하지만, 매출은 2027년부터 발생한다.
커크 매턴 에버코어 애널리스트는 “9월과 지금 주식시장이 오픈AI의 경쟁력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시장은 오라클이 내후년에 오픈AI발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하더라도 원활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덕 케링 오라클 재무 담당 부사장은 “회사채 발행과 은행 대출 등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이 있고, 반도체를 구매하는 대신 임대하거나 아예 고객이 직접 데이터센터에 설치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며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적은 자금을 차입해도 (데이터센터 확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케링 부사장은 “신용등급이 투자 등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적발표 후 시간외매매에서 오라클 주가는 11.53% 급락한 19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