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산업 협력 심화를 위한 공동 연구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공급망 재편 등의 상황을 감안했을 때 한·중 연구기관들의 새로운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한·중 양국 정부와 협회 공동 출자 필요
이문형 전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이자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은 11일 중국 베이징 캠핀스키호텔에서 열린 '산업 대전환기, 한·중 산업 협력의 새로운 단계 모색'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이날 세미나는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 설립 20주년을 맞아 진행됐다. 이 전 지원장은 이날 공로자 감사패를 받았다.
그는 이날 "전통 산업에서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빨라지고 국산화가 진행되면서 한·중 간 산업 협력 영역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경쟁 영역은 확대되고 있다"며 "한·중 공동 연구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고 역할을 하기 위해선 양국 정부와 관련 협회 등이 공동으로 출자해 공동 연구 기금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정부 대중 연구 예산이 줄줄이 삭감돼 현재 중국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그는 "한·중 교역 구조와 산업 협력은 여전히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양국이 지향하는 새로운 전략 산업에선 상호간 산업과 기업 정보가 부족하고 협력 기반도 취약하다"고 말했다.
한·중 공동 연구 플랫폼에서 상호 간 필요한 기술형 중견 기업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필요한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양국 기업 간 물리적 결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을 유도하자는 게 그의 논리다.
양국 협력 아래서 파괴적 혁신 기회 나와
이날 발표를 맡은 후원룽 중국사회과학원 공업경제연구소 부주임은 '양국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의 협력 기반과 잠재력 분야'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의견을 밝혔다.그는 "양국 정부 모두 AI를 국가 전략의 핵심에 두고 있으며 혁신과 국제적 개방을 장려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한국은 깊고 수직적 하드웨어와 특정 분야 AI에 강하고, 중국은 넓은 수평적 플랫폼형 AI와 빠른 반복 발전에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교차점에서 양국의 파괴적 혁신의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중 AI 산업 협력의 현실적인 장애와 기회도 분석했다. 그는 "데이터 이동 관련 규제 장벽이 있고 문화 차이와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다르다는 건 실질적으로 직면한 과제"라면서도 "고위급 전략 대화 메커니즘을 구축해 글로벌 AI 거버넌스 무대에서 입장을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AI 반도체와 자율주행 등 핵심 분야에서 정부 간 공동 기금 및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설립하고 기술 표준과 테스트 인증 시스템 공동 구축을 장려해 공급망 의존에서 혁신 사슬 결합으로 업그레이드를 실현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한편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은 한국 내 중국 산업 연구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2005년 설립됐다. 오랜 기간 한국과 중국 연구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정기 세미나를 열고 연구자 교류를 진행했다.
중국 연구진의 한국 방문과 한국 연구진의 중국 현장 연구를 적극 지원해 한·중 연구 교류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최근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은 중국의 제조업 발전 전략을 심층 분석해 양국의 산업 협력 방향을 제시하는 업무를 맡고 있으며, 새로운 협력 유망 산업과 품목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김재덕 산업연구원 베이징지원장이 맡았으며, 김천곤 산업연구원 연구부원장과 김진동 주중한국대사 경제공사, 탕윈이 상하이사회과학원 응용경제연구소 부소장 등이 축사를 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