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회장,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회장…. 세계 금융·산업계를 이끄는 주요 리더가 한자리에 모였다. 8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중동 최대 금융 행사인 ‘아부다비 파이낸스 위크(ADFW) 2025’에서다.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등 한화금융 4개사는 ADFW 2025의 메인 후원사로 참여했다.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사장·사진)는 이날 ADFW 2025 글로벌마켓 서밋 개회사에서 “아부다비의 고도화된 시장 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한화금융이 미국, 동남아시아에 이어 중동 시장에서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부다비 거점 찍은 한화금융
한화금융은 중동 진출을 위한 주요 거점으로 아부다비를 낙점했다. 한화생명이 지난해 아부다비에 주재사무소를 설립했고, 한화자산운용도 올해 현지 법인을 세웠다. 김 사장은 “증권, 은행, 손해보험 계열사도 순차적으로 (아부다비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금융이 아부다비를 핵심 거점으로 보고 있는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먼저 규제 친화적 환경이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금융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는 시대에 아부다비는 ‘글로벌 금융 실험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UAE 정부는 디지털 금융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한화금융 관계자는 “금융 혁신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베드로 아부다비를 선택한 것”이라며 “아부다비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을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로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UAE 양대 도시인 아부다비와 두바이는 최근 싱가포르, 홍콩 등에 이어 글로벌 금융 허브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 금융 및 블록체인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를 찾는 데 유리하다는 뜻이다. 실제 한화자산운용은 이날 ADFW 2025에서 글로벌 투자사 마시펜캐피털과 함께 5억달러(약 7300억원) 규모의 K컬처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한화그룹이 방위산업, 에너지 등 분야에서 중동 지역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는 점도 유리한 요소다. 김 사장은 “방산, 인프라, 에너지 및 신산업 분야에 대한 공동 투자와 글로벌 디지털자산 플랫폼 구축 등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한국과 UAE 협력이 확대될 것”이라며 “한화금융은 양국의 100년 동행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금융까지 영토 확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 사장이 CGO로 취임한 뒤 한화금융은 해외 진출에 본격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6월)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7월) 지분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한화투자증권도 작년 인도네시아 칩타다나증권 인수 작업을 끝냈다. 한화금융은 보험사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에 한 걸음 다가서고 있다.최근에는 전통 금융을 넘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자산 분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김동욱 한화생명 글로벌전략실장은 “아부다비에서 블록체인의 금융 분야 적용 가능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법인 실적도 순항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베트남·인도네시아법인과 리포손해보험 등 현지 4개 법인의 순이익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49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다. 올해부터는 노부은행(109억원·3분기 누적 기준), 벨로시티증권(463억원) 등도 연결 실적에 반영된다.
아부다비=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