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9일 "한·미간 대북(對北) 관여 방안을 포함한 대북 정책을 전반적으로 논의할 정례적인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미연합훈련 축소 논의 등 한미 고위급 사이에서 대북 정책에 대한 '엇박자'가 잇달아 발생하자, 정기적으로 공조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 데 양측이 공감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는 대북정책 전반에 있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 중"이라며 "정례적 대북 정책 공조를 위한 회의 개최 방안에 대해 수개월 전부터 실무 차원의 논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대북 정책 공조를 위해 별도의 상설 협의체를 창설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내년부터 단절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추가하기 위해 정례적 회의체 구성을 고심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한미연합훈련과 대북 제재 등을 두고 한미 정부 간 일부 고위급에서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협의를 상시화해 나가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지난달 25일 부임 인사차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대북 협상력 확보'를 위해 현재의 대북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김 대사대리의 발언은 정 장관이 지난달 "한미 연합훈련 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힌 이후 미국이 우리 정부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미국이 우려를 표명했다는 부분은 앞서나가는 얘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 내에서도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견해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한미 연합훈련을 한반도 비핵화 추진을 위한 카드로 직접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반면 통일부 당국자는 전날 "한미 연합훈련은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남북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서도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앞으로 조건과 환경이 되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측 역시 한국과 대북 공조를 위해 협력 확대를 시사했다. 김 대사대리는 지난 8일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과 비공개로 접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는 등 대북 공조를 맞춰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 문제를 포함해 여러 사안에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정 장관,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회동에서도 한·미 공조의 절대적 중요성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