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화·美 채권 상승분 동시 수혜
9일 ETF체크에 따르면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은 최근 3개월간 2.58% 상승했다. 이 상품은 엔화로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대표 ETF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면 수익을 얻는 구조다. 같은 설계의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도 같은 기간 2.8% 올랐다.이들 ETF는 개인투자자들이 지난해부터 장기간 손실을 보고 있던 대표 종목 중 하나다. 올해 엔화 약세와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수익률이 부진했다. 하지만 최근 수익률이 반등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3개월간(지난 5일 기준) 개인투자자는 ‘RIS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합성 H)’에서 353억원,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액티브(H)’에서 133억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일본은 인상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엔화 노출 미국 장기채 ETF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양국의 금리 격차가 축소될수록 엔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지고 미국 장기채는 금리 인하 국면에서 가격이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엔화 강세’와 ‘채권 가격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급반등보단 완만한 우상향”
오랜 기간 약세였던 엔화는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18~19일 열리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BOJ가 금리를 올린다면 지난 1월 이후 11개월 만이자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 네 번째 인상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달 1일 “미국의 관세 조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있으며, 최저임금도 역대 최고치로 오르는 등 임금 인상이 확산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 여부를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매파적 발언 이후, 지난달 말 157엔대까지 올랐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55엔대로 떨어졌다.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10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5일 기준 87.2%에 달한다. 미 장기채 ETF는 기준금리가 1%포인트만 낮아져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화 노출 미국 장기채 ETF의 수익률이 단기 급등보다는 점진적인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양국 금리 방향성이 엔화 노출 미 장기채 ETF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양국 모두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고 있어 수익률은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재정 확대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엔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통화정책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되면서 향후 10년간 엔화가 달러당 100엔 수준까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