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일 양국이 공동으로 에너지를 구매하고, 저출생·고령화에 대응하는 의료 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솅겐조약처럼 여권 없는 상호 왕래도 좋은 방안입니다.”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8일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에서 “두 나라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연대와 공조를 통해 미래를 같이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최 회장은 이날 양국 관광 공동 활성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한·일을 동시에 가는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면 시너지가 날 것이란 게 2~3년 전 나온 이야기인데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것은 곱씹어 보고 숙제로 삼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고바야시 겐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한·일이 자유롭고 열린 경제질서를 공동으로 지켜야 한다”며 “인공지능(AI), 에너지산업, 관광 등에서 파트너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관계가 경쟁 구도에서 협력 구도로 나아가는 시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경제 공조를 논의하는 전문가 대담도 열렸다. 이지평 한국외국어대 특임교수는 “자유무역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 양국 모두 ‘룰 세터’(규칙 제정자)가 돼야 하지만 각자는 힘이 모자란다”며 “양국은 기술특허 경쟁력에서 3~4위권으로, 힘을 합치면 충분히 룰 세터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나 소프트뱅크와의 AI 반도체 협력 논의를 묻는 말에 “손정의 회장과 매번 만난다”며 “우리끼리 만나는 상황은 언제든지 있고, 안 되면 전화라도 하면 된다”고 답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