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동일하게 하는 ‘1인1표제’가 5일 더불어민주당 중앙위원회에서 부결됐다. 1인1표제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다. 민주당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청(친정청래)계로 나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 대표가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중앙위는 이날 당헌 개정 안건을 상정해 표결을 진행했지만 재적 596명 가운데 찬성은 271명(45.5%)으로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찬성이 반대(102명)보다 많았지만 통과 요건인 ‘재적 과반 찬성’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 처리됐다. 지방선거 광역·기초·비례대표 후보 선출에 당원 경선을 도입하는 등 다른 개정안도 찬성 297표에 그쳐 무산됐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규정 관련 당헌 개정만 분리해 조만간 당무위원회와 중앙위 투표를 다시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권리당원 표의 반영 비율을 현행 ‘20대 1 미만’에서 ‘1 대 1’로 바꾸는 내용이었다. 일부 당원 반발이 커지자 지도부는 대의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의견 수렴에 나섰고, 영남·강원 등 약세 지역에 가중치를 두는 수정안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광역·기초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중앙위를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당 지도부는 예상 밖 부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원들에게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당 대표로 선출될 때 핵심 공약이었던 1인1표제를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당분간 재부의하기 어렵게 됐지만 당원 주권시대에 대한 열망을 여기서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당장 재추진하진 않지만 당내 여론을 살핀 뒤 재개정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 대표는 또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며 “1인1표 당원주권 정당의 꿈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 대표가 주도한 1인1표제는 추진 과정에서 “숙의 부족” “졸속”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왔다. 김남희 의원은 “선거 직전 일시적 당원 모집이 비정상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친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이어진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당에선 내년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찌감치 친명계와 친청계 간 주도권 다툼에 나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친명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당원 주권을 강조하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지금 시점에 당원 표를 많이 받고 있는 정 대표가 이를 밀어붙이는 건 내년 전당대회에서의 연임 의지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형창/최해련 기자 calli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