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은 인공지능(AI) 시대 ‘뜨는 시장’인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을 잡기 위해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LG CNS 등을 한 팀으로 묶은 ‘원(One) LG’ 체제를 가동했다. 2030년 9337억달러(약 1373조원) 규모로 커질 이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선 힘을 합쳐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들어 성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냉난방공조(HVAC·LG전자)와 에너지저장장치(ESS·LG에너지솔루션), 데이터센터 운영(LG CNS) 등 분야별 실력자들이 하나로 묶이면서 고객사의 요구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현하게 돼서다. LG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시작으로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벌이는 다른 빅테크로 고객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 “뭉쳐야 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를 중심으로 LG에너지솔루션, LG CNS, LG유플러스 등 LG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번주 초 미국 시애틀에 있는 MS 본사에서 테크쇼를 열고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종합한 ‘턴키 솔루션’을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완 LG전자 고문이 지난 3월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냉각 솔루션 공급 여부를 논의한 지 9개월 만이다.
LG는 MS에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냉각 시스템과 전력 공급, 운영 등 전 단계에 걸쳐 계열사의 핵심 기술을 턴키로 제공할 계획이다. 칠러, 액침냉각 등 HVAC 시스템(LG전자)과 ESS(LG에너지솔루션)는 물론 이를 통합 제어하는 운영 시스템(LG CNS), 기술 검증(LG유플러스) 서비스를 일괄 제공한다는 얘기다. MS는 LG와 손잡으면서 복잡한 공급망 관리를 단순화하고, 시스템 호환성을 끌어올려 AI 데이터센터의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게 됐다.
LG가 계열사 간 칸막이를 없애고 원 LG 전략을 택한 건 AI 데이터센터 구축·관리의 기술적 난도가 급상승해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생성형 AI 구동을 위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는 기존 서버보다 전력 소모량이 수십 배에 달할 뿐 아니라 발열량도 훨씬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서버, 공조기, 전력 장치를 각각 다른 업체에서 구매해 조립했지만 전력과 발열 문제가 뒤따르는 AI 데이터센터 시대가 오면서 개별 장비를 정밀하게 연동하는 게 중요해졌다”며 “LG가 완성한 수직 계열화 구조는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B2B 사업 핵심으로 부상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은 LG그룹의 ‘캐시카우’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중소형 AI 데이터센터에 수백억원 규모 냉각 시스템을 공급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에 조성될 예정인 AI 데이터센터에 냉각 솔루션을 공급하는 계약도 따냈다. 이번 MS와의 계약으로 LG의 기술력이 증명된 만큼 다른 빅테크로 고객군을 넓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LG의 공격적 행보는 이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와 맞물려 있다.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은 올해 2364억달러(약 348조원)에서 2030년 9337억달러(약 1373조원)로 네 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발열 문제를 잡아주는 HVAC 시장도 올해 187억달러에서 2032년엔 42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 안정화를 위한 ESS 시장도 올해 16억달러에서 2030년 27억달러로 확대된다.
LG는 최대 시장인 북미와 함께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중동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미국 내 공급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평택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국 현지 세일즈 및 엔지니어링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의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사업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인 기업 간 거래(B2B) 전환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황정수/박의명 기자 why29@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