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애플’을 이끌던 애플 핵심 디자이너들이 인공지능(AI) 기기 개발사로 하나둘 이탈하고 있다.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3일(현지시간) 스레드를 통해 애플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디자인 책임자인 앨런 다이(사진)와 디자이너 빌리 소렌티노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다이는 메타 스마트글라스와 가상현실(VR) 헤드셋 등 AI 디바이스 기기를 개발하는 리얼리티랩에 소속돼 회사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일하게 된다.
다이는 20년 넘게 애플에서 근무한 베테랑 디자이너로 애플 애플리케이션, 애플 워치, 아이폰X 등 핵심 기기 개발에 깊이 관여했다. 최근에는 흐르는 유리와 같은 질감의 리퀴드글라스 UI를 애플 디자인에 적용했다. 팀 쿡 애플 CEO는 1999년부터 애플에서 근무한 스티브 르메이를 후임자로 임명했다.
지난달에는 애플 디자이너 아비두르 차우드리가 AI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는 소식에 회사가 술렁였다. 9월에 아이폰 에어를 대중 앞에서 소개할 정도로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인재였기 때문이다.
애플 디자인의 황금기를 이끈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는 오픈AI에 ‘아이브 사단’을 불러들였다. 그는 2019년 퇴사한 뒤 디자인 스튜디오 러브프롬을 창설했고 지난해 비밀리에 AI 하드웨어 스타트업 IO를 세웠다. 애플 제품 디자인 부사장이던 탕 탄, ‘아이브의 후계자’로 불린 에번스 행키도 차례로 애플을 퇴사해 IO에 합류했다. 지난 3월 IO가 오픈AI에 인수되며 이들은 오픈AI의 AI 디바이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의 이탈은 쿡의 뒤를 이을 차기 CEO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엔지니어 출신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의 부상이 애플 내 기류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에서 가장 심미적인 기업 중 하나인 애플의 디자이너들이 이탈한다는 것은 애플의 근본적인 철학이 성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