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은 2026년 증시 상승을 이끌 주요 키워드로 꼽힌다. 2025년 국내 로봇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3분기 말까지 무려 100% 가까이 상승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로봇 산업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돈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돈이 흐르면서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똑똑한 인재들이 모이면서 ‘지상 최대의 난제인 범용 로봇의 개발 또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생겼고 AI를 비롯한 기반 기술들이 확보되면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양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로봇주 랠리는 2024년 말부터 시작됐다. 2024년 12월 31일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추가 인수하고 연결 자회사로 종속시키면서 로봇주의 트리거가 됐다. 그 전후로 구글과 메타, 엔비디아, 애플 등 글로벌 주요 기업 모두가 너나없이 ‘로봇’을 외치며 로봇산업은 주식시장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2026년이 로봇의 본격적인 상용화 준비가 이뤄지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 미국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인 피겨AI가 390억 달러(약 57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아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라는 어마어마한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등 시장은 이미 가능성을 걸고 있다.
피겨AI는 2025년 10월 초 동사 휴머노이드의 양산 버전인 피겨 3세대 로봇을 공개했다. 휴머노이드 업계의 대장 격인 테슬라는 2026년 1분기 내에 양산 버전인 옵티머스 3세대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중국 기업들(유니트리로보틱스, 애지봇)은 이미 수백억 규모의 양산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1X테크놀로지스는 최근 가정용 휴머노이드 네오를 본격 출시하면서 월 499달러에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2026년은 로봇 업계가 ‘중대 기로’에 선 매우 중요한 해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양 애널리스트는 “로봇이 상용화 시도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로 나아가거나 기대치에 못 미친다면 또 한 번의 겨울을 겪을 수도 있다”며 “그 방향성은 이르면 2026년 하반기에 결정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가 AI에 이어 로봇산업을 육성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산업용로봇 시장을 석권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2월 3일 익명의 관계자 3명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내년에 로봇산업과 관련된 행정명령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폴리티코의 보도에 대해 “로봇공학과 첨단 제조업은 중요 생산활동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미국 교통부 역시 올해 안에 로봇공학과 관련된 실무 전문가 집단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보도됐다. 폴리티코는 미국 의회에서도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공화당의 국방수권법(NDAA) 수정안에 국가로봇공학위원회 설립 조항이 들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취임하자마자 AI 육성에 드라이브를 건 트럼프 정부가 이제 로봇산업을 내거는 이유는 중국과의 패권전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폴리티코는 로봇산업이 미국과 중국의 패권다툼에서 AI에 이어 새로운 전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로봇연맹(IF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산업용로봇 신규 설치 대수는 29만5000대로 전 세계 신규 설치량의 약 54%를 차지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