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이한 3일, 국회 앞에서는 "내란·외환 청산"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행진이 펼쳐졌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규탄하며 탄핵 집회를 주도해 온 '비상행동'을 비롯한 1741개 시민단체는 오후 7시께 국회 앞에서 집회 및 시민대행진을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1만1000명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애초 예상됐던 3000명을 뛰어 넘는 규모다. 참석을 예고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경호 사정으로 불참했다.
시민들은 아이돌 그룹 에스파의 '위플래시'에 맞춰 "청산 청산 내란범 청산·해체 해체 국힘당 해체"를 외치며 축제 분위기 속에 집회를 시작했다.
거리에는 탄핵 집회의 상징이 된 응원봉과 키세스 은박 담요가 다시 등장했다. 가지각색으로 빛나는 응원봉을 든 시민들은 국회 앞 행사장에서부터 약 280m 길이의 8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인파 밀집으로 집회장 일대에서는 한때 통신 속도가 저하되기도 했다.
"내락세력 완전 청산", "대선개입 내란비호 조희대를 탄핵하라" 등 피켓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불만을 엿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이날 새벽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에 "사법부도 공범이다 추경호 영장기각 규탄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선언문을 통해 "내란세력에 대한 계속되는 영장 기각 사태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며 "내란종식 특별법을 만들어 명명백백 밝혀야 한다. 내란 공범, 내란 옹호 국민의힘을 심판하고 내란 세력의 뿌리를 뽑자"고 했다. 이어 "비상계엄의 명분을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려 한 전쟁 유도 외환죄의 신상을 낱낱이 밝히고 철저히 처벌해 다시는 일부 집단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분단과 남북 대치를 악용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비상계엄 해제에 표결한 국회의원 일부도 연단에 올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꼭 1년 전 이날 국회의원들이 윤석열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표결할 수 있도록 국회에 달려와 계엄군을 막아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사법 쿠데타를 진압하고 다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다.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은 "계엄군이 국회의 난입한 절체절명의 순간, 국민께서 막아주시지 않았다면 계엄은 결코 막을 수 없었다"면서도 "책임을 묻지 않는 역사는 백배, 천배의 해악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 국민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행진은 집회 지점으로부터 1.5㎞ 떨어진 국민의힘 당사까지 오후 8시 52분께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시민들은 아이돌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추경호 영장 기각 규탄한다" "내란동조 공범세력 내란정당 국민의힘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비상행동 집회의 길 건너편에서는 보수단체들의 '12·3 계몽절 집회'가 열렸다. 자유대학과 신자유연대 회원 등 오후 8시 기준으로 약 200명이 자리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윤 어게인" 등의 구호를 외쳤다.
각 단체는 한때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마주쳐 말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집회가 끝난 후에도 일부 양측 시민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맞불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국회 일대에 경력 3500여 명을 배치해 인파 관리 및 치안 대응에 나섰다.
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