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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성장 매몰·초기대응 실패·위기에 취약…'김범석式 경영'이 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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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성장 매몰·초기대응 실패·위기에 취약…'김범석式 경영'이 화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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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기술적 허점이 아니라 ‘총체적 경영 실패’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로켓배송 신화를 쓴 쿠팡의 초고속 성장 이면에는 속도와 효율을 신앙처럼 받들며, 정작 기업의 존립 기반인 신뢰와 내부 통제를 비용으로 치부해온 경영 방침이 있었다는 것이다. 압도적 시장 지배력에 취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고, 위기 때마다 법적 방어막 뒤에 숨는 창업자 김범석 의장의 행태가 ‘화’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3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쿠팡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3439만 명에 달한다. 쿠팡이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밝힌 ‘제품을 한 번이라도 구매한 활성 고객’은 2470만 명, 유료 멤버십 회원은 약 1400만 명이다.


    쿠팡이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을 장악한 배경에는 강력한 록인(lock-in) 효과가 있다. 김 의장은 평소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게 만드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10여 년간 6조원 이상을 쏟아부어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 물류센터를 짓고, 인구의 70% 이상이 거주하는 곳을 ‘쿠세권’으로 만들었다. 밤 12시 전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 현관 앞에 도착하는 시스템은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모방할 수 없는 절대적 ‘해자’가 됐다. 여기에 더해 쿠팡플레이(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이츠(배달) 무료 혜택을 묶은 ‘와우멤버십’은 이 해자를 더 깊게 했다.

    문제는 이 대체 불가능성이 독이 됐다는 점이다. JP모간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도 잠재적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들은 민감한 정보가 털리고도 쿠팡을 써야 하는 현실을 한탄한다. 하지만 이 강력한 지배력은 역설적으로 쿠팡의 ‘보안 불감증’을 키웠다. ‘쿠팡 없이 살기 힘든’ 소비자들에게 취해 쿠팡이 보안 인프라 투자를 뒷전으로 밀어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사태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대응이 여론의 공분을 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날 “쿠팡이 명백한 ‘유출’ 사고인데 ‘노출’이라는 용어를 써 사태를 축소하려 했다”며 정정 명령을 내렸다. 심지어 쿠팡은 사고 직후 홈페이지 상단에 띄운 사과문을 이틀 만에 슬그머니 내리고, 그 자리에 ‘크리스마스 빅세일’ 광고 배너를 걸었다가 국회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개인정보 유출로 불안해하는 소비자보다 당장의 매출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목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김범석 리스크’다. 쿠팡Inc는 미국 상장사지만 매출 대부분이 한국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위기 대응 방식은 철저히 ‘미국식’이다. 김 의장은 일반 주식의 29배에 달하는 차등의결권을 통해 약 75% 의결권을 쥐고 제왕적 권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2021년 한국 법인 등기 이사직을 내려놓은 뒤로는 법적 책임선에서 물러나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박대준 대표를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본인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기업 관행과 비교해도 일반적이지 않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018년 개인정보 유출 이슈로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 수차례 사과했다. 2017년 사상 최악의 해킹 사태를 겪은 신용평가사 에퀴팩스의 리처드 스미스 CEO도 청문회에 출석해 난타당한 뒤 결국 사임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내세우며 한국 국회의 소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국회와 시민단체가 그를 두고 “미국 CEO도 하는 사과를 거부하며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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