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메모리 제품 업체 트랜센드가 “한국 삼성전자와 미국 샌디스크에서 낸드플래시를 납품받지 못해 지난 한 주에만 제조 비용이 50~100% 급증했다”고 고객사들에 밝혔다. 업계에선 인공지능(AI) 산업발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3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트랜센드는 전날 “핵심 낸드 공급업체인 삼성과 샌디스크로부터 낸드 납품이 또다시 연기됐다”며 “두 업체에서 지난달부터 칩을 단 한 개도 공급받지 못했고, 그 결과 4분기 칩 공급량(보유량)이 대폭 줄어들었다”고 적어 고객사에 보냈다. 트랜센드는 삼성전자 등에서 반도체를 공급받아 SD카드, 플래시드라이브 등 저장 장치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트랜센드는 “최소한 향후 3~5개월 동안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했다.
공급 부족이 심해진 것은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 대형 고객이 메모리 반도체를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랜센드는 “4분기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업체) 수요가 늘어나자 메모리 제조사들이 이들 고객에게 납품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가격이 오르고 물량을 할당받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트랜센드는 이어 “DDR4 등 범용 D램뿐만 아니라 최신 D램인 DDR5, 낸드 기반 고용량 저장장치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모든 메모리 제품군이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며 “이 때문에 SD카드, SSD, 플래시드라이브 등 주요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리드타임(생산 시작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낸드 웨이퍼 가격은 제품별로 최소 20%, 트리플레벨셀(TLC)과 쿼드레벨셀(QLC) 등 데이터센터 관련 제품은 60% 넘게 뛰었다. 트렌드포스는 AI 서버가 확산하고 기업용 SSD 주문이 동시에 폭증해 이달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은 한국 반도체업계에 즉각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세계 낸드 점유율은 32%, SK하이닉스는 20%였다.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5% 안팎으로 전 세계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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