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의 신디케이트론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2022~2023년 거래 부진을 겪었던 시장은 2024년부터 발행 규모가 빠르게 늘어난 데 이어 올해에도 개선 흐름이 이어졌다. 금리 하락 기대와 리파이낸싱 수요 증가, 변동 금리 선호가 맞물리면서 투자자 자금이 다시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가 영국의 간판 투자운용사인 M&G인베스트먼츠의 피오나 해그드럽 레버리지 파이낸스 총괄 헤드다. 그는 최근 한경글로벌뉴스네트워크(KED글로벌)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의 광범위 신디케이트대출(Broadly Syndicated Loan·BSL) 시장이 부활하는 중”이라며 “연기금, 보험사 등 한국의 기관투자가에게도 유망한 투자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BSL은 여러 금융기관이 함께 대형 기업에 제공하는 1순위 담보부 공동대출로, 변동 금리 구조를 갖춘 기관투자가 선호 자산이다.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 추월한 BSL

해그드럽 총괄 헤드는 유럽 인수합병(M&A)·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거래가 재개되면서 BSL 발행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 이슈 등으로 그동안 미뤄졌던 M&A와 IPO 거래가 재개되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사노피의 컨슈머 헬스 사업부 지분 매각, 베리슈어 기업공개(IPO) 같은 굵직한 거래가 실제로 마무리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신호입니다.”
M&G인베스트먼츠는 유럽 BSL 초기부터 시장을 이끌어온 투자사다. 해그드럽 총괄 헤드는 시장의 성장사를 설명했다. “유럽 BSL은 1999년 M&G인베스트먼츠가 민간기업 대출을 처음 시도하며 싹이 텄습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투자자들이 대형 민간기업의 1순위 담보부 대출에 저가로 진입하는 기회를 얻었고, 이를 계기로 연기금·보험사가 대거 시장에 들어왔습니다.” 그 결과, 시장 규모는 2005년 1000억유로(약 171조원)에서 현재 약 4400억유로(약 752조원)로 확대돼 유럽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보다 커졌다고 소개했다.
"BSL, 한국 기관투자가에 매력적인 투자 자산"
해그드럽 총괄은 BSL의 강점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변동 금리가 주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1순위·담보부 구조가 제공하는 강한 하방 보호력, 대형 기업 중심의 높은 유동성이 그것이다. “BSL은 사모대출보다 투명하고, 채권보다 유동성이 좋습니다. 두 시장의 중간 지대에 있으면서 장점을 모두 갖춘 구조입니다. 특히 연기금·보험사처럼 안정적 현금흐름을 원하는 기관투자가에 적합한 상품이죠.”그는 유럽 BSL이 미국보다 높은 매력도를 유지하는 이유로 지속적인 금리 프리미엄, 투자자 친화적인 법적 보호, 보수적 재무구조 조정 방식을 꼽았다. “기업 규모와 유동성 측면에서 미국과 다르지 않은데도, 유럽은 항상 더 높은 수익률 프리미엄을 제공합니다. 미국에서 흔해진 공격적 부채 구조조정(LME)은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아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습니다.”
그는 BSL이 한국 기관투자가에게 특히 적합한 자산군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BSL은 채권의 투명성과 사모대출의 정보 접근성을 동시에 갖춘 ‘하이브리드’ 시장입니다. 비공개 정보 접근, 유동성, 신용등급, 거래성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연기금과 보험사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하방 보호가 성과 좌우… 느리지만 단단하게 간다”
M&G인베스트먼츠의 운용 철학은 ‘보수적 선별’이다. 그는 “BSL은 결국 얼마나 하방을 지키느냐가 성과를 결정한다”며 “섹터별 위험을 엄격히 보고, 특히 유럽 화학업종처럼 구조적 부담이 있는 분야는 더 조심스럽게 접근한다”고 말했다.그는 향후 전망에 대해 “BSL 시장은 급반등보다는 완만한 회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거래 재개와 투자자 수요 확대라는 두 축이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중장기 성장성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우리 팀은 항상 ‘무엇이 잘못될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조직입니다. 그런 저조차 시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을 말할 수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유럽 BSL의 방향은 분명히 회복하는 흐름입니다.”
피오나 해그드럽 총괄 헤드는
M&G인베스트먼츠에서 레버리지 파이낸스 투자 부문을 총괄하며, 2003년부터 유럽 민간기업 대출, BSL, 대출담보부증권(CLO) 운용 전략을 이끌어온 펀드매니저다. 공인회계사(ACA)이자 론마켓협회(LMA) 이사회에서 오랜 기간 활동했다. 언스트앤영(EY)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뒤 유럽계 은행 두 곳에서 부채자본시장(DCM) 업무를 맡았다.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1931년에 설립된 M&G인베스트먼츠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공·사모 시장 전반에서 혁신적인 운용 역량을 구축해 왔다. 2025년 6월 기준 약 4440억달러(약 652조원)의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