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發) 관세 인상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악재 속에서도 한국 수출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도체와 선박 등 주력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유럽연합(EU) 등으로의 시장 다변화 노력이 빛을 발한 결과다. 올해 무역수지 흑자도 10월까지 564억달러로 2018년 이후 최대치다.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화장품과 의약품 등 생활·식품 소비재 수출이 늘어난 점도 사상 최대 수출에 힘을 보탰다. 중소기업 수출이 증가한 점도 긍정적이다. 차세대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등 신산업 수출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해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도 해소됐다.
◇K콘텐츠·소비재 수출 ‘껑충’
올해 수출(산업연구원 추정치)은 지난해보다 2.5%가량 늘어난 7005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7000억달러대는 역대 가장 큰 수치로 연간 수출 규모가 항상 한국보다 앞섰던 일본(2024년 7075억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한국 수출은 미국발 관세 조치와 미·중 통상 마찰 여파로 1분기 역성장(-2.3%)했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부터 인공지능(AI), 반도체(HBM 등), 고부가가치 선박(LNG 운반선·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중심으로 반등세를 보였다. 수출은 2, 3분기에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1%, 6.5% 증가하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1~10월 두 자릿수(17.8%) 증가하며 전체 수출 성장을 견인했다. 축적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이 AI 수요 확대와 맞물리며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아세안·EU·대만 등으로 다변화된 수출 구조도 수출 회복세를 뒷받침했다. 올해 1~10월 한국 수출이 증가한 국가는 135개로 지난해(123개국) 대비 12곳 증가했다. 아세안(5.5%)은 반도체·선박류, EU(3.9%)는 무기류·반도체·자동차, 대만(51.0%)은 반도체·반도체 장비·컴퓨터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었다.
K콘텐츠에 힘입어 성장하는 소비재 수출도 눈에 띈다. 지난해 콘텐츠 수출이 역대 최대 실적(136억달러)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5.9% 늘어나며 강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콘텐츠 종류별로는 상반기 음악(62.9%)과 방송(65.1%)의 수출 증가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화장품·식품 등 K콘텐츠 관련 소비재 수출도 호조세를 띠고 있다. 한국의 문화 및 콘텐츠 수출 확대는 국가 이미지 제고 및 기업 인식 개선을 통해 가공식품, 농산품 등 소비재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무역협회는 분석했다. 화장품(12.2%) 의약품(12.8%) 등 생활용품류와 라면 같은 면류(18.7%), 김(21.5%), 소스류(4.9%), 커피류(13.5%) 등 식품 수출이 늘었다.
◇8대 신산업 수출도 ‘호조’
올해 수출 회복은 중소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올 1~3분기 한국의 총수출이 2.2% 증가한 가운데 이 기간 중소기업 수출은 6.0% 늘었다. 3분기 중소기업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중국, 베트남, 일본 등 4개국으로 수출한 금액이 가장 컸으며 홍콩, 인도, 대만, 키르기스스탄 등 다양한 국가로의 수출이 이어지고 있다.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정부가 10월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하며 무역·통상환경의 리스크도 완화됐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 주력 품목 관세율 등에서 여타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을 얻어냈다.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신산업, 전기차, 첨단신소재, 항공우주, 로봇 등 8대 신산업 수출도 증가했다. 8대 신산업 수출은 올 1~10월 6.6% 증가하면서 수출 산업 구조 고도화를 견인했다. 차세대 반도체(14.1%) 바이오헬스(7.8%) 항공우주(24.9%) 분야 수출 증가 폭이 컸다. 8대 신산업 수출 비중도 20.5%로 처음 20%를 돌파했다.
올해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AI 혁신, 공급망 안정 등 미래 글로벌 협력 기반을 강화한 점도 향후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상외교를 통해 신흥국을 아우르는 경제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수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