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이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세일즈포스의 AI 전략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다. 3일(현지시간) 실적 발표를 앞둔 세일즈포스는 올해 들어 주가가 29%나 하락한 상황이다.
세일즈포스는 지난 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도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다. AI가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기 때문이다.
SaaS는 구독 방식으로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모델로, 고객이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유지·관리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월정액으로 사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세일즈포스·서비스나우·워크데이와 같은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기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고객이 여러 SaaS 앱을 각각 구독할 필요 없이, AI 에이전트나 자동화 툴 하나로 대부분의 SaaS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I가 기존 SaaS 구독 기반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우려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한다. 도이치뱅크의 브래드 젤닉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초 보고서에서 “세일즈포스를 둘러싼 부정적 심리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BNP파리바의 스테판 슬로빈스키 애널리스트는 세일즈포스가 이러한 업종 내 불안감을 되돌릴 수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일즈포스의 핵심 AI 서비스인 에이전트포스와 데이터 통합 플랫폼 데이터 360(옛 데이터 클라우드)의 채택이 확대되면 2027 회계연도까지 구독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률로 재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BNP가 자체 실시한 리셀러 설문에서도 세일즈포스를 향한 IT 지출 의향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일즈포스는 8월 프리미엄 요금제 가격을 인상했으며, 이는 AI 기능이 추가된 고가 요금제 수요와 맞물려 매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회사는 지난 10월 한 행사에서 AI가 전체 매출 증가율을 연평균 10% 이상 끌어올려 2030년에는 600억 달러 매출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세일즈포스는 이번 분기 103억 달러의 매출과 주당순이익 2.86달러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특히 현행 잔여수행의무(CRPO)에 주목하고 있다.
CRPO는 앞으로 1년 안에 매출로 인식될 예정인 확정 계약액, 즉 단기적으로 이미 확보된 ‘예약 매출’을 뜻한다. 구독 기반 SaaS 기업의 미래 매출 안정성을 직접 보여주는 지표로, 팩트셋은 이번 분기 이를 29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에이전트포스의 상용화 속도가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젤닉은 “많은 고객이 아직 AI 에이전트 활용 사례를 실험하는 단계라 계약 규모가 보통 수십만 달러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고객들이 자체적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보다, 세일즈포스가 제공하는 ‘완성형 AI 에이전트 솔루션’을 선호하는 경향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객이 SaaS를 버리고 ‘직접 AI 코딩’으로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과장됐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젤닉은 세일즈포스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40달러를 유지했다. 대형 기업들이 세일즈포스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면 “상당한 성장 탄력이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슬로빈스키 역시 세일즈포스를 SaaS 업종 내 최선호주로 꼽으며 목표주가 305달러,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유지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