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종합투자계좌(IMA) 업무와 키움증권의 발행어음 업무가 승인됐다. 개정안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의 적극적인 모험자본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종투사 전체 운용자산에서 발행어음·IMA 조달액의 25%에 상응하는 모험자본을 공급하도록 의무화했다. 모험자본의 범위는 중소·중견·벤처기업이 발행한 증권 및 이에 대한 대출채권, 국민성장펀드의 첨단전략산업기금 및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대한 투자 등 구체적으로 규정했다.2013년 도입된 종투사 제도는 발행어음, IMA를 허용해 증권사의 자금 조달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기업금융 역량 강화를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종투사 제도는 증권사의 대형화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고, 이는 지난 10년간 국내 증권업 성장을 이끌었다. 2013년 이후 10개 종투사의 자기자본은 16조7000억원에서 62조9000억원으로 네 배가량으로 증가했고 종투사의 이익은 5조원을 웃돌게 됐다.
그러나 종투사는 본래 제도 취지와 달리 기업금융 중심의 차별화된 수익 구조와 운용 포트폴리오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종투사와 일반 증권사의 수익 구조를 비교해 보면 위탁매매, 자기매매, 투자은행(IB) 업무, 자산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서로 대동소이하다. 특히 기업금융이 핵심인 IB 업무는 종투사의 경우 15%만을 차지하며, 이 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주를 이루는 채무보증이 48.4%에 이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종투사 제도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증권업의 양적 성장에는 기여했으나 기업금융 경쟁력과 모험자본 공급에선 아직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은 이를 개선해 부동산 금융 중심의 자금 공급을 모험자본 공급으로 돌리게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한 증권업의 구조적 발전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증권업이 생산적 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증권업의 향후 성장 여력이 많다는 사실은 해외 IB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IMA 업무를 시작하는 두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각각 10조원인데 이는 JP모간의 500조원뿐만 아니라 일본 노무라증권의 34조원에도 현저히 못 미친다. 단순히 규모에서뿐만 아니라 수익성에서도 2024년 기준 해외 IB가 10% 이상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록하는 동안 국내 종투사는 7.1%를 내는 데 불과했다. 수익 구조 측면에서도 해외 IB가 투자은행 부문 경쟁력 강화와 수익 다변화를 이뤄 주식·채권 발행, 인수합병(M&A) 자문 분야에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한 반면 국내 종투사는 위탁매매 비중이 2024년 말 기준 45%를 차지해 아직 갈 길이 멀다.
증권업이 양적·질적 성장과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탁매매 의존도를 줄이고 부동산 위주의 기업금융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인 잠재 성장률 하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증권업의 효율적인 모험자본 공급이 확대돼야 한다.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구조조정은 주로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영역이었으나 자본시장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증권업의 역할 확대가 기대되는 분야는 M&A 자문이다. M&A 자문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는 해외 IB와 국내 회계법인에 밀려 그 비중이 아직은 미미하다. 그러나 증권사는 M&A 과정에서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제공할 수 있으며, 국내 시장과 기업들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이점을 살려 M&A 전략을 수립하고 거래를 성사시킬 역량을 지니고 있다.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M&A가 필수적인데 증권업의 역할이 더욱 요구되는 분야다.
그간 종투사 제도 도입 이후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에서 대형사보다 불리한 일반 증권사 역시 산업별, 기업별로 특화한 역량과 전략을 갖추고 M&A 자문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닐 수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국내 증권업이 한 단계 도약해 우리 경제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