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가 국내 산업 환경을 훼손하는 '산업 공동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FDI가 되레 국내 고용·매출 확대에 기여한 만큼 적극적으로 해외투자에 나서야 한다고도 평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책 연구기관의 분석은 치솟는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외환당국의 기조와는 '엇박자'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김남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동남아대양주팀장은 2일 KIEP·국제통화기금(IMF)의 '완충된 둔화 비대칭의 시대'라는 공동콘퍼런스에서 “실증분석 결과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확대될수록 국내 모기업의 정규직 고용과 매출이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외 투자가 국내 산업 공동화(hollowing-out)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실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는 시대에 위축되기보다는 선제적인 해외 투자 재배치 전략을 통해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불확실성 커질수록 해외 공급망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며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이 같은 해외공급망을 활용한 수출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역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기업 규모와 업종별로 해외직접투자의 영향은 달랐다"고 덧붙였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만큼 이 같은 주장은 한층 주목받고 있다. 정부는 최근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달러 환전을 주저하는 수출기업을 꼽고 있다. 수출기업들은 달러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불어나는 해외직접투자에 대응해 달러 보유액을 늘리고 있다. 정부는 수출기업의 달러 환전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정책금융을 활용하는 듯 여러 압박 수단을 강구 중이다.
이날 사카이 안도 IMF 아시아·태평양국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올해 0.9%의 성장하지만 2026년 1.8%로 반등하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아시아 경제는 수출 호조와 기술(반도체) 경기 상승과 정책 완화에 힘입어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무역 긴장 심화, 사회적 긴장 고조, 글로벌 금융 긴축 등이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카코 바바 IMF 아시아·태평양국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심층적 무역협정과 비관세 장벽 완화가 필수적”이라며 "이 같은 조치가 장기적 성장 동력과 회복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