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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매출·몸매 좋아"…너도나도 '사기캐 인증' 열풍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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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매출·몸매 좋아"…너도나도 '사기캐 인증' 열풍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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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내가 사기캐인 이유'를 나열하는 이른바 '사기캐 인증' 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레드·X(구 트위터) 등지에서 실명 또는 실명 기반 계정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자신의 '능력치'를 5~10가지씩 적어 올리는 방식으로 퍼지고 있으며, 단순한 자기소개를 넘어 하나의 온라인 자기 서사 콘텐츠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사기캐'는 '사기'와 '캐릭터'의 합성어로, 원래는 게임 속에서 압도적인 능력치를 지닌 캐릭터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이 표현이 현실에서도 확장돼,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거나 외모·능력·성향 등이 전반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지칭하는 긍정적 용어로 쓰이고 있다.


    이 밈의 참여 방식은 이용자가 스스로를 '사기캐'라고 규정한 뒤 본인의 능력치를 나열하는 것이다. 내용은 '서울대 학부·로스쿨 졸업', '22살·4개월 아기 엄마', '키 175cm 여성', '48세 연 매출 100억 CEO' 등 고스펙 사례부터, 하버드 의대 출신 미국 의사·미 해군 파일럿·네이비씰 경력 등 이용자들의 해외 이력까지 폭넓다.

    한 이용자는 "구글 아시아 헤드쿼터 다님, 35세에 연봉 ○억, 4개국어(한·영·중·일) 가능"이라고 적었고, 또 다른 이용자는 "준비 없이 시험 봤는데 외고 합격", "학부 3년 만 졸업", "석사 없이 박사 직행", "만 31세 티칭교수 임용" 등 현실 세계의 '만렙(최고레벨)'에 가까운 경로를 열거해 눈길을 끌었다.


    일상 속 성취도 능력치로 포함된다. "유동 인구 0명 산속에서 연 매출 24억 만들었어. 올해는 26억 넘을 듯", "대학병원 간호사 하던 남편 퇴사시키고 나 혼자 외벌이함"과 같은 자기 서사부터, "올해 독감 안 걸림", "고양이 3마리 키움"처럼 소소하지만,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항목까지 '사기캐 인증'의 범주는 다양하다. 결국 이 밈은 고스펙 과시뿐 아니라 소소한 자존감 챙기기' 방식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자기 서사 콘텐츠의 확산…SNS식 '능력치 증명'


    하지만 이 챌린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한 누리꾼은 "자랑하면 재수 없다는 정서 때문에 농담·밈처럼 돌려 자랑하는 건데, 센스 없으면 보는 사람이 민망해진다. 그래서 난 안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이용자는 이 챌린지에 직접 참여하며 "SNS는 상대적 박탈감의 온상이다. 다들 나보다 잘났고, 예쁘고, 몸 좋고, 돈 많은 모습만 보여준다. 그런 사기캐들에게 '나도 사기캐야, 안 꿇린다'고 선언하는 행위 같아 보기 좋다"며 "자기를 사기캐라고 치켜세우는 건 자존감 회복에 좋은 방법이다. 결국 자기서사(Self-Narrative)를 스스로 만드는 행위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타인 비교 피로' 속에서 자신이 가진 좋은 점을 스스로 발견하고 싶어 하는 욕구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유교적인 미덕인 겸양·겸손이 있었기 때문에 자랑할 만한 것이 있어도 굳이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자기 PR 시대에 들어섰다. 지금은 성취감을 얻기가 너무 어려운 각박한 시대를 살고 있고, 바로 그 점에서 반대급부적인 심리가 나타난다. 소소한 자랑거리라도 올리면 스스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전반적으로 낮아진 사회적 자존감 속에서 개인의 자존감을 일시적으로나마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이런 현상에는 '선언 효과'가 작용한다. 어떤 내용을 남들 앞에서 선언하면 그 말에 맞춰 행동하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 더 자신감이 생기고, 캐치프레이즈처럼 반복되면서 성취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고양이를 몇 마리 키운다는 사실도 '내가 잘 돌보는 사람이다'라는 일종의 선언으로 기능한다. 다만 너무 인정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다는 욕구가 과해져 거짓말로 능력치를 꾸미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완전히 변화했다. 지금은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면 오히려 더 손해를 볼 수 있는 시대다. SNS 사회가 되고 1인 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그 안에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는다. 그래서 이러한 흐름이 확 급속하게 확산한 것"이라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기를 드러내는 행위가 자연스럽게 유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는 곧 '정체성 확인을 위해 자신을 드러내는 심리', 일종의 '포머 효과'라고도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자신을 드러내고 알리는 과정에서 자기 존재감이 더 커지는 측면도 있다. 공적인 공간에 자신을 노출하게 되면 거기에 맞춰 행동하게 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자존감도 높아지고 존재감도 강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긴다"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 욕구가 있는데, 이는 본능에 가깝다. 예전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릴 수단이 제한적이었지만, 지금은 SNS를 통해 누구나 자신을 PR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욕구가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심리로 이어지며 유행처럼 번진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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