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내년 예산안을 놓고 이견을 좁히고 있지만 올해도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 전날인 1일까지 합의하지 못했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등 이재명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와 관련한 각종 쟁점 예산에서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면서다. 극한 정쟁이 일상화한 탓에 5년 연속 예산안 ‘지각 처리’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막판 타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회에 따르면 여야가 이날까지인 예산안 심사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728조원 규모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예산안 합의를 위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활동 기한도 이날 끝났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양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늦게까지 회동했으나 일부 예산 항목을 놓고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다만 양당 원내지도부는 2일 오전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극적으로 타결하면 2일 늦은 밤이나 3일 본회의를 열어 합의한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여야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쟁점 사업 예산을 놓고 대립해 왔다.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국비 지원액, 국민성장펀드 정부 지원액 등에서 감액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무분별한 삭감이라고 맞서왔다.
'이재명표 예산' 두고 줄다리기…막판 타결 가능성도
지역화폐 등 쟁점 집중 논의…'법정 시한 넘기지 말자' 공감대
여야는 지난달 시작된 예산 논의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온 끝에 합의점을 찾기 위해 막판 협상에 들어갔다. 여야는 1일 감액 협상에서 진전을 이뤘고, 2일 오전 다시 만나 증액 항목을 놓고 조율할 예정이다. 협상이 속도를 내면서 시한 내 처리될 가능성에도 힘이 실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집권 2년 차 국정 동력을 얻기 위해선 신속한 예산안 확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집권 후 첫 예산안에서 합의 처리했다는 명분을 얻기 위해 여당은 야당과 끝까지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도 여야 합의 없이 예산안이 처리된다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일방 처리 전례를 남기게 된다.지역화폐 등 쟁점 집중 논의…'법정 시한 넘기지 말자' 공감대
◇줄다리기 끝에 이견 좁혀간 여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 등은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총 세 차례 만났다. 이들은 내년도 예산안 감액 규모를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정부 측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기근 기재부 2차관이 동석했다.양측은 휴일인 전날에도 예산안 협상을 위해 만났지만 민주당은 원안 고수 입장을 유지했고, 국민의힘은 일부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여야 모두 법정 시한 내 처리하겠다는 의지는 내비쳤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이견을 좁혀갔다.
민주당은 법정 기한 내 예산안 처리를 공언하며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첫 예산이 신속히 통과돼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이어지도록 법정 시한 내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야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할 준비도 돼 있다”고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필요한 것은 최종 결단과 책임”이라며 “국민의힘은 발목 잡기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중동·아프리카 순방 귀국 이튿날인 지난달 27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민생경제 회복을 가속화하고 내년 대한민국 대도약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예산 즉시 통과가 특히 중요하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쟁점 예산과 예산 부수 법안 통과에 대해 반박을 이어갔다. 김도읍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고위원회의 첫머리발언에서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예산 1조1500억원 등 각종 포퓰리즘적 예산을 과감히 줄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이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를 1%포인트 인상하는 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소상공인, 중소기업은 고환율·고물가·고금리 3중고로 숨이 막히는 상황”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지난해 민주당이 야당일 때 전액 삭감한 대통령실 특수활동비를 부활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야당은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법인세 합의 못 하면 정부안대로
이날 감액한 규모를 바탕으로 여야는 2일 오전 증액 협상에 나선다. 같은 날 오후 2시 예정된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게 목표다. 예산안 총규모는 정부 원안인 728조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은 이미 국회법상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기한(11월 30일)을 넘겨 본회의에 정부안이 자동 부의된 상황이지만, 여야가 합의에 이른다면 수정안을 상정해 반영하는 게 가능하다. 2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면 여야는 5년 만에 법정 처리시한을 지키게 된다.다만 여야는 예산안과 함께 2일이 처리 기한인 예산부수법안 일부를 합의하지 못했다. 최대 쟁점이던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은 합의했지만 법인세·교육세에 관해 의견이 달라 결국 정부안이 부의됐다.
정소람/정상원/최형창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