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칭 량장신구에 있는 치텅로봇(세븐스로보틱스)은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중국의 대표적 특수로봇기업 치텅로봇은 고온, 저온, 유독, 유해, 폭발 등 극한 환경에 인간 대신 투입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을 생산한다. 장저 치텅로봇 기획총괄이사는 “현장에서 로봇 한 대가 인간 6~8명 정도의 일을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방폭 사족보행 로봇 X3스테이블은 세계 각국에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자율주행·특수로봇 종횡무진
지난달 27~30일 중국 외교부의 초청으로 방문한 충칭은 ‘중국 기술 굴기’의 축소판이다. 향후 5년간 중국 경제의 핵심 전략인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의 청사진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첨단기술산업의 요충지다.중국의 대표적 자율주행 기업 바이두는 융촨에서 세계 최초로 6세대 로보택시를 출시했다. 6세대 로보택시는 운전자가 전혀 필요 없는 최상급 자율주행 단계(레벨5) 바로 아래인 레벨4다. 사고 회피와 안전성 확보 능력이 인간의 14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바이두 충칭센터의 한 관계자는 “텅 빈 운전석을 보지 않으면 도로 위에서 로보택시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6세대 로보택시는 전후좌우 사면으로 감지하는 레이더의 정교함이 향상돼 더욱 민첩한 운행이 가능해졌다. 음성 인식 기능도 강화해 탑승자의 목소리만으로 창문과 에어컨, 조명 등을 작동하고 조절할 수 있다. 충칭은 중국 최초로 안전 요원이 없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가 허가된 곳이다. 뤄보콰이파오는 이곳에서 2022년부터 유상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충칭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언덕이 많아 자율주행엔 불리한 환경이다. 하지만 충칭시는 다른 지방정부보다 자율주행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시범 지역을 지정해 산업을 키웠다.
자율주행만큼 충칭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이 특수로봇이다. 그중 치텅로봇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기업이다. 치텅로봇은 산업용 방폭 로봇과 응급구조 로봇, 위험 지역 안전 점검 로봇 등 특수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특수로봇 설계, 연구개발(R&D), 생산, 판매, 서비스를 수직 통합한 모델을 구축했다.
무엇보다 치텅로봇의 특수로봇은 중국식 기술 자립의 핵심 사례로 꼽힌다. 폭발 위험이 있는 석유·가스 플랜트, 화학 공장, 광산, 터널 같은 현장에 인간 대신 투입되는 바퀴 로봇, 레일 로봇, 방폭 사족보행 로봇의 핵심 기술을 치텅로봇 자력으로 개발해서다. 치텅로봇은 40여 개국에 맞춤형·표준형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치텅로봇 관계자는 “고온, 고압 등 위험한 환경에 인간 대신 로봇을 투입해 열·가스 감지 등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업 도시에서 첨단기술 메카로
충칭에는 스마트공장을 추진하는 완성차 기업의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창청자동차가 대표적이다. 창청차는 중국 최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픽업트럭 제조 기업이다. 창청차는 충칭에 100억위안을 투자해 차체, 엔진, 변속기 등 핵심 부품부터 완성차 조립을 아우르는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창청차 충칭 스마트공장은 연간 16만 대 생산능력을 갖췄다. 향후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비중을 늘리는 게 목표다. 이날 방문한 창청차 공장 외곽엔 해외 판매를 기다리는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여기서 생산된 차량은 동남아시아, 중동, 호주, 남아프리카 등 다양한 지역으로 수출된다.과거 충칭은 오토바이, 기계, 철강 등 전통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가 주력이었다. 하지만 이젠 로보택시, 스마트공장, 자율주행이 한 도시 안에서 연결돼 도시 자체가 ‘테스트베드’로 탈바꿈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자국 내 공급망을 촘촘하게 엮고 서부·중소 도시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면서 충칭이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충칭이 과감한 규제 완화, 산학연 연계, 베이징 대비 5분의 1 수준인 땅값과 전기료, 세제 혜택 등을 내세워 ‘자립형 공급망의 실험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