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반등세를 보이던 비트코인(BTC) 가격이 하루만에 6% 가까이 급락했다. 이더리움(ETH) 기반 디파이(DeFi) 프로토콜 연파이낸스(YFI) 해킹 여파로 '리스크 오프(Risk-Off·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불거진 영향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이달 중 7만달러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일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9만 1000달러대에서 한때 8만 5000달러대까지 약 6% 하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8만 6000달러를 하회한 건 지난달 24일 이후 일주일 만이다.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소폭 반등해 8만 6000달러대를 회복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세를 보인 건 연파이낸스 해킹 때문이다. 연파이낸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익스플로잇(Exploit·취약점 공격) 해킹으로 900만달러(약 130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해커는 연파이낸스의 인덱스 토큰 yETH를 사실상 무한대 수준으로 발행해 유동성을 고갈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연파이낸스 해킹이 디파이 및 암호화폐 시장의 리스크 오프 심리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BTSE의 제프 메이(Jeff Mei)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연파이낸스는 비교적 규모가 큰 디파이 애그리게이터"라며 "(해킹) 공포가 출금과 언스테이킹을 촉발해 매도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급락세에 하루만 6.4억弗 청산
파생상품 시장의 연쇄 청산은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 온체인 분석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 24시간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 6억 4300만달러(약 9500억원) 규모의 포지션이 청산됐다. 청산된 포지션의 약 88%는 롱(매수) 포지션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지난 24시간 동안 청산 당한 투자자는 약 18만명"이라며 "(청산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 롱 포지션에 집중됐다"고 전했다.최근 기관 자금 유입세가 약화된 것도 하락세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온체인 분석업체 소소밸류에 따르면 미국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달 34억 8000만달러(약 5조 1000억원) 규모의 자금 순유출을 기록했다. 순유출액만 놓고 보면 올 2월 이후 9개월만의 최대치다. 비트코인 현물 ETF 중 최대 규모인 블랙록의 IBIT에서만 23억 4000만달러(약 3조 4000억원)가 빠져나갔다.
일본의 금리 인상 기대감도 비트코인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일본의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1%를 돌파하며 2008년 이후 17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기관투자자가 저렴한 이자로 엔화를 빌려 수익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매트릭스포트는 "미 연준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입장을 취해도 (일본 등) 다른 국가의 긴축 신호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는 기관투자자들의 비트코인 익스포져를 지속적으로 줄이는 배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금리 인하 기대, 9~10월 선반영"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에도 가상자산 투심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알터너티브(Alternative)의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기준 24로 전일(28) 대비 4포인트 하락하며 '공포' 단계에서 '극단적 공포' 단계로 진입했다. 공포·탐욕 지수는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투심이 위축됐다는 뜻이다. 세계 최대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선 이날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 8만달러를 밑돌 가능성이 58%로 전일 대비 25%포인트 치솟았다.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단기간에 8만 7000달러대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첼 루카스 BTC마켓 애널리스트는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미 지난 9~10월 랠리 당시 선반영됐다"며 "(위험자산 선호 성향은) 관세와 고착화된 인플레이션 등 거시경제적 압박으로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비트코인이) 핵심 지지선인 8만 7000달러를 지키지 못하면 '유동성 스윕(liquidity sweep)' 현상으로 7만 5000달러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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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 블루밍비트 기자 gilson@bloomingbit.i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