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2일 11: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성장펀드가 내년부터 운용사(GP) 선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모펀드(PEF)들이 펀드 소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새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하거나 정책펀드 GP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기존 펀드를 일정 수준 이상 소진해야 하는 만큼, 운용사들이 선제적으로 투자 집행률을 높여 기회 마련에 나선 것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요 중소형 PEF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펀드 소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가 올해 상반기 결성한 1900억원 규모 ‘혁신성장 M&A 2호 펀드’는 5개월 만에 1000억원 이상이 투자됐다. 파라투스는 지난 9월 산업 자동화·환경설비 기업 키이엔지니어링 지분 92.5%를 약 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0월 차량용 내장재·복합소재 제조사 한양소재를 잇따라 인수하며 제조 기업 바이아웃 전략을 강화했다.
상장사 메자닌 투자에도 공격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파라투스는 2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업 성일하이텍, 전기차 배터리용 분리막을 생산하는 더블유씨피(WCP) 등에 전환사채(CB) 투자를 단행했다. 또, 양극재 소재를 제조하는 이녹스리튬에는 지분 투자를 했다. 세 기업 모두 2차전지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핵심 소재·부품 업체들이다. 이와 함께 앱클론 등 바이오 기업에도 메자닌 투자를 병행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VIG얼터너티브크레딧(VAC)은 약 3000억원 규모의 첫 크레딧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최근 거의 마무리했다. 지난 3월 1차 클로징 이후 이미 약정액의 40% 가량을 투자한 상태다. VAC는 지난 5월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6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를 단행하는 등 속도감 있는 집행에 나서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VAC가 내년 하반기까지 펀드의 70% 이상을 소진하는 것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집행하고 있다”며 “이 기조가 이어질 경우 내년 하반기부터는 후속 펀드 조성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BNW인베스트먼트는 첫 단독 블라인드펀드 결성 1년 반 만에 80% 이상을 소진했다. BNW인베는 지난해 3월 468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 뒤 테크·제조업 기업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지난 8월에는 광통신 렌즈 제조사 엠피닉스의 경영권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약 1000억원 규모의 의료기기 제조사 풍림파마텍 인수를 엘리오PE와 공동인수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웰투시인베스트먼트도 작년 말 결성한 2780억원 규모의 2호 블라인드펀드의 절반 가량을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웰투시는 지난 6월 화장품 ODM 기업 엔코스에 이어 지난 8월 스마트폰·모듈용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제조사 에스아이플렉스 등 굵직한 바이아웃 거래를 연달아 성사시키며 소진 속도를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새해에도 운용사(GP)들 사이에서 소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성장펀드 GP 선정과 재출자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다. 최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국민성장펀드 추진 계획을 공식화하며 “내년 상반기 중 첫 ‘1호 메가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펀드가 정관상 70% 이상을 소진해야 새 펀드를 조성할 수 있다”며 “내년에는 국민성장펀드를 포함해 정책자금과 민간 출자사업이 대거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회를 잡으려는 신생·중소형 운용사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