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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원 송금 인증' 내 발명"…토스 창업 멤버의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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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원 송금 인증' 내 발명"…토스 창업 멤버의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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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표 핀테크 회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토스의 '1원 송금' 발명을 두고 창업 멤버와의 직무발명보상금 소송에서 1심 승소했다. 법원은 원고가 발명에 유의미하게 기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고부가가치 기술로 무장한 저연차 테크 기업도 언제든지 직무발명보상금 소송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2부(재판장 이현석 부장판사)는 비바리퍼블리카 창업 멤버인 양모 씨와 김모 씨가 비바리퍼블리카를 상대로 제기한 직무발명보상금 소송에서 최근 원고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원고 측 항소로 2심인 특허법원에 배당됐다.
    회사 떠난 창업 멤버, "발명 인정해달라" 소송
    비바리퍼블리카는 2014년 간편송금 서비스 앱인 토스를 개발해 사세를 키웠다. 토스가 사용자에게 1원을 입금하면 사용자가 입금 메시지에 표기된 코드를 확인해 신분을 인증하는 '1원 인증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회사는 2016년 이승건 현 대표와 양 씨 등을 발명자로 해 관련 특허 출원과 등록을 마쳤다.


    분쟁은 창립 멤버들이 회사를 떠난 후 불거졌다. 양 씨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비바리퍼블리카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김 씨는 2013년부터 서버 개발자로 일하다 2015년 말 회사를 나왔다. 이후 두 사람은 2023년 7월 회사를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직무발명보상금은 회사가 종업원이 직무상 발명한 결과물에 대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양 씨는 1원 인증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주간 회의에 참여하거나 서비스 운영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토스 서버와 보안을 맡았던 김 씨는 해킹 방지를 위해 1원 인증 과정에서 코드에 적힌 숫자를 일부만 기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고 했다. 이들은 보상금 액수를 약 330억 원으로 추산하고, 발명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총액 6억 원(각 3억 원)을 소송으로 먼저 요구했다.


    회사 측은 원고들이 특허에 이름을 올렸다고 해서 발명자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양 씨는 투자 유치 등 영업을 수행했고, 김 씨도 단순히 프로그램화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1원 인증의 기술사상(아이디어)이 토스가 구체화하기 전에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회사도 유사한 아이디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니 토스가 독보적인 이익을 본 건 아니라는 취지다.
    승소한 비바리퍼블리카, 法 "창작 기여 無"
    1심 법원은 회사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양 씨 등이 1원 인증 서비스를 완전히 새롭게 창조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미 유사한 신원 조회 방법이 해외에서 널리 쓰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금융결제원이 2015년 2월 발간한 보고서에 미국 금융사인 '앨리 파이낸셜'이 채택한 소액 송금 계좌 인증 방식이 언급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실질적인 발명 기여도도 불분명하다고 봤다. 실제 업무가 있었는지 판단할 증거도 부족하고, 해당 업무가 발명에 결정적이었다고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주장한 업무에 대해 "발명의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착상을 제시하거나, 발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나 방법을 제공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토스가 1원 인증으로 유의미한 경쟁 이익을 본 것도 아니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재판부는 "1원 인증의 핵심 기술사상은 발명 출원 전부터 이용됐고 지금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고 했다. 문자와 숫자를 병기하는 인증 코드 방식도 "타 금융 플랫폼 회사들도 자유롭게 실시하고 있고, 숫자들로만 이뤄진 정보를 보내도 1원 인증 서비스와 동일한 효과를 얻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직무발명보상금 소송이 확정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심 패소 후 원고 측 항소로 특허법원에 배당돼 본격 심리를 앞두고 있다. 토스 측은 "1심 판결은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정당한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며 "항소심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크 업계에도 직무발명 소송 바람 부나
    매출이 급성장하는 경우가 많은 스타트업이나 테크 기업에서도 향후 직무발명보상금 소송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소송은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제조업 기술 분야 퇴직자들이 수억 원대 보상금을 요구하며 제기하는 소송이 흔했다. 반면 테크 업계는 개인 보상 문화가 뚜렷하고 기술 의존도가 커, 소송 액수도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토스처럼 1심 패소 후 특허법원에 배당된 사건 수는 2019년 2건에서 작년 31건으로 대폭 늘었다. 합의나 포기 없이 '끝까지 가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 셈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작년 한해 집계된 직무발명보상금 총지급액은 363억원에 달했다. 10억 원을 넘겨 받은 인원도 7명이 있었다.

    법조계에선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대형 로펌 지식재산권(IP) 변호사는 "종업원의 권리의식이 얼마나 높으냐의 문제일 뿐, 분야는 중요하지 않다"며 "종업원이 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은 사례가 알려지면 유사 사례가 확산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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