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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프이스트-변병준의 관세이야기] 샘플 하나라도 '제대로' 신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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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이프이스트-변병준의 관세이야기] 샘플 하나라도 '제대로' 신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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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들은 수출 과정에서 대부분 대금을 주고받고 물건을 파는 유상거래를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돈이 오가지 않는 무상수출도 자주 발생합니다. 샘플을 보내거나, 무상 A/S용 부품을 보내거나, 프로모션 목적으로 물건을 보내거나, 해외 임가공을 위해 원재료를 보내는 경우처럼요.

    이 경우 무상수출 가격을 얼마로 써야 할까요 ? 무상이니까 1달러만 적어도 될까요? 하지만 결론은 명확합니다. 무상수출이라도 실제 판매할 때 받을 수 있는 통상가격이나 시장가격을 적어야 합니다. 돈을 받지 않더라도 물건에는 분명한 경제적 가치가 있고, 그 가치는 신고서에 정확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돈도 안 받는데 뭐 어때”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1달러 등 대략적인 금액으로 신고하는 관행이 여전합니다. 이런 신고는 당장은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여러 가지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세관이 무상수출 가격 문제를 점점 더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국가 수출 통계입니다. 우리나라 산업별 수출액은 정부가 정책을 세우는 데 핵심적인 기반인데, 무상수출 물품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신고되면 실제 산업 규모보다 축소된 수치가 통계에 반영됩니다. 샘플처럼 가치가 낮은 물품도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고가 장비의 핵심 부품, 반도체, 기계류 부속품 등이 무상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물건들이 1달러로 신고되면, 산업 전체의 수출 규모가 왜곡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정책 판단이 흔들릴 수 있고, 산업 분석의 정확성도 떨어지니 무상수출도 반드시 정확한 가격 신고가 필요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무상수출 가격이 나중에 수입 세금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기업이 이 부분을 간과합니다. 무상으로 수출된 물품이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테스트용으로 보냈다가 다시 들여오는 경우, 하자가 있어 반품되는 경우, 임가공을 위해 원재료를 보내고 가공된 형태로 다시 수입하는 경우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 수출 당시 신고한 금액을 기준으로 수입 신고 때의 과세가격이 계산됩니다.


    따라서 수출할 때 1달러라고 적으면, 나중에 수입할 때도 그 물건은 1달러짜리로 취급됩니다. 이렇게 되면 실제 가치와 맞지 않는 금액으로 세금이 계산되고, 결과적으로 세금이 인위적으로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고의든 아니든, 이는 탈루 가능성을 만들기 때문에 세관에서 매우 민감하게 보는 지점입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세관이 '추징조차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통 수입 가격이 낮게 신고되면 세관은 부족한 세금을 추징하게 되는데, 무상수출?재수입 구조에서는 세금이 면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자 반품처럼 아예 세금이 면제되거나, 임가공 반입처럼 법적으로 관세와 부가세를 면제해주는 경우에는 수입 단계에서 세금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즉, 설령 수출단계에서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신고되어 과세가격이 왜곡되었더라도 '부족한 세금 자체가 없다 보니' 추징할 방법도 없다는 뜻입니다.



    제도가 이렇다 보니 기업이 저가 신고를 해도 사실상 제재가 어려운 구조가 되고, 그 결과로 저가 신고 관행이 유지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구조적 허점은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논의되는 방안이 ‘행정적 가산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액 추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최소한 신고 불성실에 대한 가산세나 과태료라도 부과해서 기업이 성실하게 가격을 신고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거죠. 고의적인 저가 신고나 명백한 시장가격이 있음에도 형식적인 금액으로 신고한 경우, 세금이 없는 상황이라도 행정 제재를 통해 잘못된 관행을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의 성실 신고를 유도할 수 있고, 산업 통계를 정확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수입가격 왜곡 문제도 줄어들고, 탈루 가능성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무상 A/S, 샘플 발송, 해외 임가공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보완책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결국 기업 실무자들이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결론은 간단합니다. 무상수출이라도 실제 판매 기준의 가격을 신고해야 하며, 1달러처럼 관행적으로 쓰던 방식은 이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상수출 가격은 나중에 수입 단계에서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도 무상수출 가격 산정 기준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세관에서도 무상수출 가격에 관한 관리와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하던 저가 신고는 위험 요소로 보아야 합니다.


    무상으로 물건을 보내는 건 괜찮지만, 무상이라고 해서 대충 신고해도 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실제 시장 가치에 맞는 가격을 적는 것이 기업에도 안전하고, 국가에도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꼭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변병준 관세사(조인관세사무소 대표 관세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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