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독특한 이원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 죽어서 재산을 물려줄 때(상속)는 고인이 남긴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반면 살아서 물려줄 때(증여)는 받는 사람이 ‘실제로 받은 몫’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자산의 세대 간 이전이라는 본질은 같은데도 승계 시점에 따라 과세 방식이 다른 것이다. 이런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받은 만큼 내는 방식(유산취득세)으로 상속세를 통일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은 실제로 납세자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세 방식의 변화가 무조건적인 세액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행 유산세는 유산 전체에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재산 규모가 클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반면 유산취득세는 상속인 각자가 물려받은 몫으로 나눈 뒤 세율을 매겨 과세표준이 낮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구조적으로는 분명히 세 부담 완화 요인이 있다.
하지만 핵심 변수는 ‘상속공제’ 제도의 개편 방향이다.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의 일괄공제나 배우자공제 같은 혜택이 개별적으로 세액을 계산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도 동일한 한도로 유지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전체 유산에서 한 번에 차감되는 일괄공제(5억원)가 상속인별로 각각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자녀가 상속받는 부분에는 배우자공제 적용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결국 단순히 유산취득세로 전환한다고 해서 세금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과세 방식의 변화와 맞물려 공제 항목과 수준, 과세 구간 등 세부 요건을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따라 실제 상속세의 유불리가 결정될 것이다.이신규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