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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시즌을 통해 보는 내수경기 돋보기[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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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 시즌을 통해 보는 내수경기 돋보기[이정희의 경제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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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1일 중국 광군제에 이어 28일 미국 블랙프라이데이가 이어졌다. 한국은 이미 블랙프라이데이에 앞서 세일 중이다. 이렇게 11월은 국내외적으로 세일이 넘쳐난다. 넘치는 세일 시즌에 소비자들은 가성비 높은 상품을 찾으러 국내외 세일을 비교하며 디지털 서치를 하고 있다.


    경기침체기에는 강도 높은 세일에 더욱 눈이 가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이는 소비회복의 신호라고 보기 어렵다. 올해 중국 광군제는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수준으로 알려지지만 매출 증가의 상당 부분은 행사 기간을 예년보다 연장한데 따른 ‘분산 구매’ 효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내 경기 둔화 속에서 세일 때는 사고 세일이 아닐 때는 기다리는 소비 패턴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시장에서도 거의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문제는 세일이 늘어날수록 내수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일에만 반응하는 소비’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내수경기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장기적인 침체 속에 있다. 지난 3년간 경제성장률이 소비자물가상승률 아래에 있었으며 내년까지 이런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면 앞으로도 세일의 강도는 높아지고 소비자는 세일을 기다리는 소비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유통업체와 플랫폼은 더 큰 할인 압박을 제조업체에 요구하게 될 것이고, 제조업체는 원가를 맞추기 위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국내 제조업의 체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해외 플랫폼의 공격적인 초저가 세일이 더해지면서 소비는 국내에 남지 않고 국외로 빠져나가는 구조까지 굳어질 수 있다.

    결국 세일 참여 소비자가 증가하는 지금의 현상을 소비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는 것은 아직 섣부른 판단이라 하겠다. 세일은 이제 소비 확대 수단이 아니라 내수를 버티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정책 역시 이러한 구조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단기적 소비쿠폰이나 할인행사 확대만으로는 내수 체력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제조업 원가부담 완화, 유통 단계의 불공정 구조개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디지털전환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 등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동시에 가격 중심 소비를 넘어 품질과 신뢰,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가치 소비’ 환경을 만드는 정책적 설계도 필요하다.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장기불황 속에서 일본 기업들은 할인 경쟁을 통해 치열한 초저가 가격경쟁으로 불황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도한 출혈 경쟁은 소비를 살리지는 못하고, 오히려 무리하게 가격경쟁에 뛰어든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와 함께 파산으로 이어지는 후유증을 겪으면서 출혈 경쟁이 한풀 꺾인 사례가 있었다.


    그럼에도 내수경기 침체를 이겨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격경쟁력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불황 속에서 유통업계의 세일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제조기업의 대응은 기술과 경영 혁신을 통한 원가절감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상품거래에서의 불공정에 따른 출혈 경쟁은 없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예방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정부 또한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위한 혁신적인 노력을 유도하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강화하는 세일 마케팅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체는 없는지 잘 살펴보고,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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