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기재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의 4자 협의체가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구축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은 기금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0%에 달하고, 해외 자산이 외환보유액보다 많은 외환시장 최대 플레이어”라며 “해외 투자가 단기간에 집중돼 (환율 급등으로) 물가 상승과 구매력 약화에 따른 실질소득 저하로 이어질 경우 국민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프레임워크는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국민연금을 동원하기 위한 목적이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457원30전까지 하락한 원·달러 환율은 간담회 직후 다시 올라 1465원60전에 주간 거래(오후 3시30분 기준)를 마쳤다.
"국민연금 수익·환율 안정 조화 필요"
"2040년 이후 해외자산 매도땐 환율 하락으로 수익률 내려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민연금 해외 투자의 큰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연금의 자산 규모가 우리 경제와 외환시장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커져서다. ‘연못 속 고래’가 된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에 나설 때마다 외환시장이 휘청거리면 국민 경제는 물론 장기적으로 연금 수익률에도 악영향을 주는 만큼 새로운 투자 공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2040년 이후 해외자산 매도땐 환율 하락으로 수익률 내려가"
지난 8월 현재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주식+채권) 규모는 581조원으로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607조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부분 해외에 투자하는 대체투자(214조원) 자산을 합하면 외환보유액을 크게 웃돈다.
해외 투자 규모는 앞으로도 급증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국민연금 개혁으로 2040년 1882조원으로 예상했던 최대 적립금 규모가 3600조원 이상으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국민연금의 신규 해외 투자 규모는 310억달러로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503억달러)의 60%에 달했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원화로 산출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익률도 따라 상승한다. 문제는 2040년 이후 운용자산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다. 국민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해외 자산을 팔기 시작하면 환율이 하락해 수익률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 부총리가 “외환시장 안정성이 국민연금 수익성을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환율 소방수’ 역할을 맡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자체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 투자가 환율 변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10%로 추산된다. 나머지는 재정과 국채 발행, 글로벌 금리,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요인 몫이라고 국민연금은 보고 있다.
지난 24일 열린 첫 번째 4자 협의체에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현재 환율 수준은 구조적 원화 약세와 펀더멘털이 반영된 결과로, 국민연금 개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반응도 싸늘했다. 구 부총리가 국민연금의 중장기 투자 전략 외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환헤지 같은 눈에 띄는 대책이 나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대부분 원론적인 발언에 그쳐 시장의 실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정영효/김익환/민경진/이광식 기자 hug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