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선포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내란 특별검사팀이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한 전 총리는 최후 진술에서 “비상계엄을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1일 이 사건 선고를 예고했다. 계엄 관련 내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무위원 가운데 법원 판단이 나오는 첫 사례다.
◇“죄책 매우 중해…엄중 처벌 불가피”
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내란 혐의 관련 사건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징역 15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특검팀은 “피고인은 국무총리로 대통령의 제1 보좌기관이자 행정부 2인자며, 국무회의 부의장으로서 대통령의 잘못된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통제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며 “내란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임에도 이런 의무를 저버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보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가 헌정 질서와 법치주의를 파괴한 것으로, 죄책이 매우 중하며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피고인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에게 적용된 혐의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가담(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중요 임무 종사)한 것과 계엄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려 사후 계엄 선포문을 작성·폐기(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서류 손상)한 것,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위증한 것 등 크게 세 가지다.
형법 87조에 규정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형이다. 정범(윤 전 대통령)과 달리 방조범은 필요적 감경 대상인데, 이를 적용하더라도 최저형은 1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의 법정형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형이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안이 워낙 중해 중형 구형이 불가피했지만,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서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책임을 묻는 차원인 만큼 무기징역까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내란 특검팀의 박지영 특검보는 “한 전 총리는 내란을 막을 수 있었던 ‘키맨’이었고, 그에 합당한 형이 선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향후 (내란 특검팀에서 공소 유지하는) 모든 재판의 구형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韓 “尹 막을 도리 없었다” 최후 진술
한 전 총리 측은 위증 혐의를 제외한 모든 공소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이날 재판에 나온 한 전 총리는 최후 진술에서 “비록 비상계엄을 막진 못했지만, 계엄을 찬성하거나 도우려 한 일은 결단코 없다. 오늘 역사적인 법정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말”이라고 밝혔다.
그는 “1970년 경제 관료로 입직해 한평생 공직의 길을 걸었는데, 그 길의 끝에 비상계엄 사태를 만나리라곤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그날 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한 순간 말로 다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고 땅이 무너지는 듯했다”고 했다. 이어 “그 순간의 기억이 분명하진 않지만, 절대로 동의할 수 없었음에도 (윤 전 대통령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국무위원들과 다 함께 그 결정을 되돌리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내년 1월 21일 오후 2시를 선고기일로 잡았다. 재판장인 이진관 부장판사는 “선고기일이 늦어 아쉽지만, 최선의 날짜”라고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