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터뷰 ①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팀장

내년부터 탄소배출권이 ETF·ETN에 이어 선물시장까지 열리면서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투자자산으로 인정받을지 이목이 쏠린다. 하지만 투자자산으로 편입되기에 앞서 낮은 거래량과 높은 변동성, 제도·규칙의 불안정성, EU ETS(배출권거래제)와의 가격 차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향후 K-ETS의 구조적 과제, 투자자가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살펴봤다. 다음은 김 팀장과의 일문일답.
- 현재 EU ETS와 K-ETS 가격 차이가 상당히 큰데, 이러한 가격 차이가 구조적 격차 때문이라고 보는가.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된다. 수요가 적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내려가고,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NDC 30, NDC 35 등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가 계속 높아지는 것을 감안할 때 이와 연계되는 탄소배출권 할당량이 줄어들어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ETS와 K-ETS의 시장에 공급량(탄소배출권 할당량)이 어느 정도로 빠르게 줄고, 수요량이 늘어날 것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결국에는 수렴하는 지점이 분명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탄소배출권을 하나의 ‘자산군’으로 놓고 보면 투자 매력도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탄소배출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전통 자산군과의 낮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정책 리스크가 가장 큰 비체계적 리스크로 작용하는 한편 시장 베타가 낮아 전통적 헤지 수단과 다른 행동패턴을 보인다. 이와 같은 점을 본다면 체계적 리스크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판단된다. 다만 거래량이 매우 적다는 건 가격변동성이 큰 데다 급락했을 때 청산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은 약점이다.”
- 탄소 관련 금융상품이 어떻게 진화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2024년부터 국내 탄소배출권과 연계한 ETF와 ETN 출시를 허용했으며, 2025년부터 선물시장도 도입할 계획으로 다양한 구조화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증권사를 통한 탄소배출권 위탁거래가 가능해져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파생상품이 가능해졌다는 점으로 인해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펀드)과 옵션, 구조화 채권 등 금융상품 고도화가 기대된다”
-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한국 배출권 시장이 ‘진짜 자산시장’이 되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제도·규칙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핵심은 크게 2가지로, 정보 투명성과 법·제도의 안정성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다. 주식시장처럼 현재가·거래량·호가 등 실시간 시장 데이터가 공개되고, 기업들이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 기준에 맞춰 기후·배출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해야 투자자들이 수급과 가격 형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동시에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유지될 장기 로드맵의 법제화와 배출권을 담보·압류가 가능한 명확한 재산권으로 규정하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이 2가지가 갖춰지면 배출권이 규제 수단을 넘어 투자자가 신뢰하고 참여할 수 있는 ‘진짜 자산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 내년 K-ETS 시장에서 투자자가 가장 유념해야 할 포인트는.
“무엇보다 유동성 리스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K-ETS 시장은 거래량이 매우 적고 가격 변동성이 주식시장의 4배를 넘을 정도로 크다. 정책 변경이나 경기 충격 시 매도 호가가 사라질 수 있으며, 이론상 가격과 실제 거래 가능 가격의 괴리가 클 수도 있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