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의 수도권 외곽에서 일하는 직장인 라비(28)는 은행 계좌는 가지고 있었지만 급여를 현금으로 받기 때문에 입금 시기나 금액이 일정하지 않고, 금융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 금융상품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는 최근 한 모바일 어플을 통해 자신의 휴대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금융 상품 추천과 대안 신용 평가 점수를 처음 받아봤다. 불규칙한 것 같았던 급여 입금을 패턴화하고, 자주 쓰는 앱 및 사용 패턴 등을 통해 정리된 데이터는 그동안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금융 흐름과 신용을 보여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금융 상품을 추천받았다.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는 한국의 AI 핀테크 기업 어피닛(구 밸런스히어로)다.
어피닛은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금융 이력이 부족한 소비자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제시하는 AI 기반 금융 매칭 플랫폼이다. 회사는 “신흥국의 금융소외 문제는 단순한 빈곤이 아니라 ‘데이터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며, “AI가 그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어피닛이 구축한 핵심 기술은 LLM 기반 파싱 엔진으로, 휴대폰에 쌓여 있는 9만여 개의 메시지·알림·로그에서 입금 내역, 공과금 납부 내역, 소비 내역, 금융 서비스 관련 메시지와 같은 금융 이벤트를 자동으로 인식해 금융 데이터를 재구성한다. 이렇게 생성된 ‘AI 금융 프로필’은 금융사가 고객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돕고, 고객에게는 개인별 승인 가능성까지 고려한 상품 추천으로 이어진다.
기술 도입에 따라 인도 내 금융기관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현지 금융 포용의 핵심 축을 이루는 NBFC(비은행금융사)들은 어피닛의 AI 분석을 활용해 더 넓은 고객군에 접근하고 있으며, 플랫폼 중개 파트너사는 빠르게 늘고 있어 현재 약 12개 금융사와 협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객의 디지털 흔적을 AI가 금융데이터로 바꿔주니 금융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줄이면서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며 “신흥국 금융 접근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인프라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피닛의 사업성과도 눈에 띈다. 회사의 매출은 2020년 91억 원에서 2024년 1442억 원으로 4년 만에 15.8배 증가했다. AI 기술력도 글로벌 챌린지에서 인정받았다. 딥 서바이벌 모델링 챌린지 1위, 아프리카 신용 평가 챌린지 2위 등 성과를 내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고, 관련 특허도 10건 보유 중이다.
어피닛은 앞으로 인도에서 검증된 플랫폼 모델을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를 비롯해 금융 이력 데이터와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지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확대하면서 금융소외층의 디지털 금융 진입을 돕는 글로벌 AI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철원 어피닛 대표는 “금융을 잘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금융 데이터’”라며 “AI로 그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공정하게 금융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수십억 명이 금융에서 배제돼 있는 현실을 기술로 바꾸는 것이 어피닛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한편, 어피닛은 ‘한경핀테크대상’에서 글로벌AI금융플랫폼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