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CTV도 없는 공간, 두 사람만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살인미수 사건에 대해 법원이 반년 만에 판결을 내놨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흉기로 찔렀다"는 피해자의 진술과 "피해자가 스스로 죽겠다고 해서 말렸을 뿐"이라는 가해자와 엇갈린 진술 속에서 경찰의 과학수사를 근거로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했다.
전주지법 형사11부(김상곤 부장판사)는 24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59)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지난 5월 10일 오후 4시 20분께 전주시 덕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지인인 B씨(53)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크게 다친 B씨는 이 아파트에서 200m 떨어진 누나의 반찬가게로 대피해 겨우 목숨을 건졌다.
법정에서 A씨와 B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엇갈린 진술을 유지했다.
A씨는 "친한 동생인 B씨가 자기 처지를 비관해 흉기로 목을 찌르려고 하길래 말렸다"고 진술했지만, B씨는 "술에 취한 A씨가 싱크대에서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고 주장했다.
범행 현장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어 양측의 지루한 법정 공방이 예상됐지만, 현장에 남은 혈흔이 A씨의 유죄를 밝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경찰의 혈흔 형태분석 결과, 보면 거실에서는 구조물 등에 의한 충격으로 생성된 혈흔 패턴인 '충격 비산 혈흔(Impact Spatter)'이, 주방에서는 피 묻은 물체를 휘두를 때 보이는 '휘두름이탈 혈흔(Swing Cast-off)' 및 '정지이탈 혈흔(Cessation Cast-off)'이 각각 발견됐다.
재판부는 "이는 피해자가 많은 피를 흘리며 범행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움직였거나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면서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볼 때 피해자의 자해를 말리면서 현장에 혈흔이 거의 남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당시 피해자는 신속하게 응급수술을 받지 않았다면 생명을 잃을 정도로 큰 상처를 입었다. 이 사건의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고 피고인이 이미 여러 차례 유사한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