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6일 10: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용노동부 산하 산재기금이 엄정한 공정가치평가 관리를 주문하고 나섰다. 사모펀드(PEF) 등 주요 GP(운용사)들에게 공문을 보내고 단체 설명회까지 열며 평가 오류를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감사원의 평가관리 강화 요구가 있었던 만큼 이같은 분위기는 다른 출자자(LP)들로도 번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재기금은 GP들에게 공정가치평가를 기준에 따라 정확히 산정하고, 평가기관에 제출하는 자료 역시 오류없이 작성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평가 오류가 반복될 경우 향후 출자 심사에서 패널티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산재기금은 출자받은 GP들을 모아 공정가치평가 관련 설명회도 개최했다. 설명회에서도 마찬가지로 누락·중복 입력, 평가방법 오적용 등으로 인한 사례를 공유하며 평가의 정확도를 높일 것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LP 차원에서 이같은 단체 설명회를 연 것은 이례적”이라며 “감사원 지적 이후 평가 관리·검증 강도가 확실히 높아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정가치는 자산 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계산한 값이다. PEF가 주로 투자하는 비상장사의 경우 회계기준상 원칙적으로 공정가치로 평가하도록 돼 있다. 상장사는 주가를 기반으로 계산되지만, 비상장사는 시장가격이 없어 GP가 미래 실적, 할인율, 비교기업 등을 가정해 계산한다.
그동안 공정가치평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도 상당했다. GP가 입맛대로 평가하거나, 외부 평가를 거치더라도 부정확한 데이터를 제출해 자산가치가 과대계상되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과거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외부 기관을 통해 산정한 공정가액이 시장가 대비 4배에 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5월 발행한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 등 9개 공제회가 보유한 대체투자 자산 1918건 중 외부평가를 거친 비율은 17.4%에 불과했다. 나머지 상당수는 GP가 제출한 평가액을 검증 없이 그대로 반영하거나, 취득원가를 그대로 장부에 반영해 실제 가치 변동을 반영하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감사원은 공제회들에게 "대체투자 자산의 공정가치평가 비율이 낮고, 평가 기준과 절차도 기관마다 제각각"이라고 지적했다.
공정가치평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배경으로는 관리·감독 장치의 부재가 지적된다. LP가 평가를 얼마나 엄격하게 수행하든 제재가 없었고, 이를 검증할 외부 통제도 미흡해 동일한 A자산을 두고 한 공제회는 손실, 다른 공제회는 이익으로 평가하는 기관별 편차가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은 외부평가기관을 별도로 고용해 GP 제출 값을 재검증하는 등 비교적 촘촘한 체계를 갖춰왔다. 반면 일부 공제회는 GP 자체평가나 원가평가에 머물러 실제 가치 변동을 제때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그간 투자 손실을 가리기 위해 공정가치를 부풀려 제출하는 꼼수를 쓰는 PEF들이 상당했다"며 “이제는 LP도 검증 책임을 피하기 어렵고, GP도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만큼 관리가 느슨했던 곳들은 타격이 클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에서 공정가치평가의 독립성을 높이고, 절차를 정비하라고 요구하면서 LP와 GP 모두 실무적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비용 부담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공정가치평가 비용은 기업 규모에 따라 수백만~수천만원 수준까지 발생한다. 운용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대형 운용사의 경우 큰 부담이 아니지만 중소형 GP 입장에서는 이 비용이 매년 반복된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회계법인·신평사 등 평가기관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평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평가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서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형 LP와 GP는 외부평가를 이미 관행적으로 도입해왔지만, 중소형 기관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했다”며 “이번 감사원 지적 이후 외부평가 수요가 전반적으로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다은/박종관 기자 max@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