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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쓰고 돈은 나중에'…식료품까지 빚내서 산다는데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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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쓰고 돈은 나중에'…식료품까지 빚내서 산다는데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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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근 미국에서 거시 경제와 미시 경제가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체적 경기 침체가 아닌 부문별 순환 침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연방정부 셧다운, 소득 양극화, 인공지능(AI)의 유통 혁신, 후불 결제 증가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의견이다.
    110억 달러의 영구 손실
    2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3일(현지시간) NBC와의 인터뷰에서 "셧다운이 경제에 110억 달러의 영구적 손실(Permanent Loss)을 남겼다"고 밝혔다. 이는 미 의회예산국(CBO)의 추정치와 일치하는 수치다. 취소된 정부 계약, 투자 지연 비용 등 경제의 기초 체력을 훼손한 구조적 손실을 뜻한다. 베센트 장관은 셧다운 초기인 지난달 15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셧다운이 미국 경제의 '근육'을 갉아먹고 있으며, 주당 150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베센트 장관은 최근 미국 경제의 불균등한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 전체가 경기 침체 위험에 빠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주택 시장과 같은 금리 민감 부문은 이미 침체(Recession)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경제가 이른바 'K자형'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주택 건설, 제조업, 연방 정부 계약 의존 산업은 고금리와 행정 마비 등으로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없다면 이런 섹터 침체가 확산할 위험이 크다. 반면 서비스업과 고소득층 중심의 소비 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센트 장관은 내년 성장 전망에 대해 "매우 낙관적(Very, very optimistic)"이라며 비인플레이션적 성장(Non-inflationary growth)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 경제가 총체적 침체가 아닌 부문별 순환 침체, 즉 롤링 리세션(Rolling Recession)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가 무너져도 다른 부문이 버티면서 전체 국내총생산(GDP)은 플러스를 유지하는 것이다.
    소비의 양극화
    셧다운에도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민간 소비는 최근 침체와 거리가 멀다. 전미소매협회(NRF)는 올해 11~12월 소매 매출이 전년 대비 3.7~4.2% 성장하여 1조 100억~1조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해당 기간 첫 1조 달러 돌파다. 온라인 데이터 분석 서비스인 '어도비 애널리틱스'도 온라인 쇼핑 매출이 전년 대비 5.3% 증가한 2534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튜 셰이 NRF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소비자들은 여전히 가격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가족과 친구를 위한 선물 지출은 계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총량적 지표의 호조 뒤에는 심각한 계층 간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11월 잠정치 51을 기록하며 2022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NR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매튜스는 "올해 소비자 심리가 50년 만에 최저"라고 지적했다. 이런 심리적 위축에도 실제 소비가 견조한 것은 최근 호황이 특정 계층에 의해 주도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지난달 카드 지출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고소득층 가구의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반면 저소득층 가구의 지출 증가율은 0.7%에 그쳤다. 이는 세후 임금 상승률의 격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싱크탱크인 'BoA Institute'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고소득층의 임금 상승률은 3.7%로 인플레이션을 넘는 구매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저소득층 및 중산층은 해당 수치가 각각 1%와 2% 수준에 머물며 실질 구매력이 감소했다.



    현재의 소비 호황은 주식 시장 활황과 자산 가치 상승의 혜택을 입은 상위 계층의 '부의 효과'가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위 계층은 필수재 위주의 방어적 소비로 돌아섰다.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는 "고소득층 유입은 증가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지출 둔화는 뚜렷하다"고 밝혔다. 브라이언 모니한 뱅크오브아메리카 CEO도 "소비자 지출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중산층은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견인하는 내수
    최근 생성형 AI도 미국 내수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가 경제적 불안 속에서도 소비자가 지갑을 열도록 유도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AI가 단순한 추천 알고리즘에 머물렀다면, 최근 AI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찾아주고, 가격을 비교하며, 복잡한 구매 결정을 보조하는 '능동적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리테일 웹사이트 트래픽 중 챗GPT, 제미나이 등 AI 서비스에서 유입이 전년 대비 1200% 급증했다. AI가 관여한 관련 트래픽이 520%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도비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AI 활용 소비자의 53%가 제품 조사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AI를 통해 유입된 트래픽의 구매 전환율은 일반 트래픽보다 1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유통업 매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뜻이다. 글로벌 결제 서비스업체 월드페이는 AI 에이전트가 오는 2030년까지 2610억 달러 규모의 쇼핑을 주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AI로 고객 경험 혁신 및 효율성 증대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부채 위의 호황?
    일부에선 미국 소비 호조가 '선구매 후지불(BNPL)' 서비스 덕이라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가 당장의 지불 능력을 초과하는 소비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며 소비 절벽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계 부채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


    어도비는 이번 연말 시즌 BNPL을 통한 온라인 지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한 20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이버 먼데이 하루에만 BNPL 결제액이 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비벡 판디야 어도비 애널리틱스 선임 분석가는 "BNPL이 온라인 매출 202억 달러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BNPL은 저신용자와 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미래의 소득을 미리 끌어다 쓰는 '부채 주도형 소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체 리스크는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금융업체 렌딩트리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 BNPL 이용자의 42%가 적어도 한 차례 연체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BNPL의 사용처가 필수 소비재로 확대하고 있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금융서비스 회사 임파워에 따르면 미국 내 BNPL 사용자 9150만 명 중 25%는 식료품 구매에 BNPL을 이용했다. 캐피털원 공동창업자인 나이젤 모리스는 "식료품 같은 기본 소비까지 BNPL로 결제하는 모습은 사람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경고했다.


    미국 가계 부채 지표도 심각하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3분기 가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총 가계 부채는 18조 59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용카드 잔액 역시 1조 23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더 문제는 연체율의 상승이다. 신용카드의 90일 이상 심각한 연체 비율은 7.05%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자동차 대출 연체율(2.99%)도 증가 추세다. 학생대출 연체율은 작년 0.8%에서 올해 12.9%로 급증했다.

    미국의 경제 상황 변화와 정책 기조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즉각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 미국 소비 호조는 가전, 의류 등 한국 수출 업종에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관세 장벽, 공급망 불안 등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머니 X파일은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 돈의 흐름을 짚어드립니다. 필요한 글로벌 경제 뉴스를 편하게 보시려면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 주세요]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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