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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확대로 ESS 급성장…10년간 조 단위 시장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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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확대로 ESS 급성장…10년간 조 단위 시장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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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ESG] ESG Now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재생에너지와 ‘짝꿍’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도 폭발적 성장이 예고된다. 다만 ESS 설치를 주도하는 정부가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관련해 국내에서 생산되거나 국내 소재 비중이 높은 제품에 대한 우대 정책을 강화하면서 국내 배터리사도 전략을 변경하고 있다.

    ESS 공공 입찰이 국가 전력망 구축에 더해 국내 배터리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정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10년간 태양광·풍력 확대와 함께 매년 조(兆) 단위의 ESS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2차 입찰 결과가 국내 배터리 3사의 전략과 한국형 재생에너지 전력망의 모습까지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예고된 ESS 성장세
    정부는 재생에너지 설치량을 전례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늘리려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새로운 부서까지 만들었는데, 이 부서의 역할이 사실상 재생에너지 확대 및 탄소중립 달성이다. 재생에너지가 크게 증가하면 재생에너지 전력망을 지탱하는 심장 역할을 하는 ESS도 필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표적 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은 낮에만 생산되고 밤에는 사실상 정지한다. 풍력발전은 바람이 강한 날과 약한 날의 차이가 크다. 발전량과 수요가 시간대별로 변동하는 상황에서 ESS 없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리면 계통 불안정, 주파수 변동, 송전망 혼잡 등의 문제가 불거진다. ESS는 이 간극을 메우는 장치다. 낮에 남는 태양광 전력을 ESS에 저장해두었다가, 밤이나 피크 시간에 다시 방전함으로써 전력망의 ‘흐름’을 평탄하게 만든다. 풍력 역시 바람이 강한 시간대의 잉여 전력을 ESS에 저장해 전력 부하가 높은 시간대에 공급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100GW’ 시대를 내세우는 순간, 그 이면에는 ‘ESS 대량 도입 시대’가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재생에너지를 100GW까지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내부 목표로 세우고 있다. 연평균 10GW 수준의 설치를 의미한다. 같은 속도면 2035년이면 150GW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량이 4GW 내외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2.5배 늘어나는 셈이다. ESS 수요도 지금보다 몇 배 이상 늘어날 수밖에 없다.

    ESS 입찰 비가격 점수 상향
    정부는 주로 공공 입찰을 통해 ESS를 늘리려 하고 있다. 지난 1차 540MW 규모의 ESS 입찰을 마쳤고, 연말 2차 입찰에서 다시 540MW를 입찰할 계획이다.



    정부는 최소 10년 동안 입찰 물량을 꾸준히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만들어지는 누적 시장 규모만 수십조 원이다. 다만 수십조 원에 달하는 시장을 저가 배터리를 내세우는 중국에 내주지 않을 생각이다.

    ESS는 전력을 저장하는 ‘배터리’, 전압을 변경하는 ‘인버터’, 전체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에너지통제시스템’, 화재를 방지하는 ‘냉각시스템’ 등으로 구성되는데 배터리가 비용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핵심 부품은 적어도 국내 소재로 만든 국내 생산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540MW 물량을 설치하는 지난 5월 1차 입찰에서 ‘국내 산업 기여도’를 별도 평가 항목으로 신설해 국내 생산 비중이 높은 기업에 가점을 줬다. 그 결과 울산 공장을 앞세운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80% 이상을 가져갔고, 중국 난징 공장 생산 LFP에 의존하던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전했다.

    2027년 540MW를 설치하는 연말 2차 입찰에서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강화된다. 가격 점수 60 대 비가격 점수 50이던 기존 구조를 5 대 5로 맞추고, 비가격 점수 안에서도 국내 생산 기여도와 화재 안전성의 비중을 키웠다. 이 중 국내 생산 기여도가 사실상 ESS 공공사업의 당락을 가르는 기준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국내 산업 기여도는 국내에서 ESS 배터리를 어느 정도 생산하는지, 양극재·분리막·전해질·케이스 등 소재와 부품을 얼마나 국산으로 조달하는지 등을 평가한다. 배터리 기업 간 입찰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생산 기여도 등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의 강수로 CATL 등 중국업체는 국내 입찰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CATL은 국내 ESS 입찰을 위해 올해 초 처음으로 한국 지사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 공세에 나섰지만, 사실상 진입장벽이 세워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속도면 10년 뒤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기의 30~40%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게 되는데, 전력망 핵심 인프라인 ESS가 중국 공급망에 종속되는 건 막아낼 ‘첫발’을 내딛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번 ESS 입찰 구조 개편을 태양광 인버터·풍력 부품 국산화 정책과 함께 묶어 ‘재생에너지 확대’와 ‘국산 공급망 복원’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장기 전략의 첫 단계로 보고 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 사건 이후 화재·안전성 항목 점수가 크게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ESS 화재가 발생하면 단순 설비 손실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정보망 및 관련 산업 전체로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는 걸 정부와 국민 모두가 알게 된 것이다. 정부가 ESS 안전성을 ‘국가 기반시설 보안’ 관점에서 다루기 시작했다는 것이 이번 입찰에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결국 향후 입찰에서의 승부는 ‘얼마나 싸게 공급하느냐’보다 ‘국내에서 얼마나 많이 만들고, 얼마나 안전하게 설계하느냐’로 옮겨가게 됐다. 입찰 구조 자체가 국산화와 안전성 강화를 유도하는 정책 도구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입찰 규칙 하나에 3사 전략이 바뀐다
    입찰 규칙 변화는 곧바로 배터리 3사의 생산 전략과 투자 계획을 흔들어놓고 있다. 1차 입찰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 공장 LFP를 활용해 단가를 낮추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이 부분에서 상당한 감점을 받았다. 반대로 삼성SDI는 ESS용 삼원계 배터리를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차이보다는 산업 기여도에서 점수 차가 결과를 갈랐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2차 입찰을 위해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공장에 국내 첫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LFP는 대체로 중국 난징공장에서 생산돼 ESS 프로젝트에 공급됐지만, 이 구조로는 산업 기여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7년까지 연간 1GWh 규모 ESS용 LFP 생산 능력을 오창공장에 확보하고, 추후 증설도 검토 중이다.

    LFP는 삼원계(NCM·NCA) 대비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열폭주 개시 온도가 높아 화재 위험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ESS처럼 공간 제약이 적고 안전성이 절대적인 분야에서는 삼원계보다 LFP가 적합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오창공장에 LFP 라인을 깐다는 것은 ‘저가+국내 생산+안전’이라는 포지셔닝을 본격적으로 노리겠다는 의미다. 1차 입찰에서 ‘중국산 LFP’로 밀렸다면, 2차 이후 입찰에서는 ‘국산 LFP’로 판을 바꾸겠다는 계산이다.

    삼성SDI는 울산공장을 기반으로 각형 삼원계(NCA) ESS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안전성’과 ‘국내 생산’을 정면으로 부각하기 위해 LFP 전환이 예상된다. 국산 소재 비중 강화도 예상된다. 삼성SDI는 자사의 폼팩터도 내세우고 있다. 삼성SDI의 배터리는 각형 구조인데 파우치형에 비해 화재 발생 시 내부 확산이 상대적으로 늦고, 셀 단위 격벽 구조 덕분에 시스템 전체로 번지는 속도가 느리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을 주로 사용한다. 삼성SDI는 화재 방지를 위한 추가 장치도 고안 중이다.

    SK온도 LFP 국내 생산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국내 공급망을 점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특한 안전 기술도 개발 중이다. SK온이 개발하고 있는 EIS는 배터리에 미세한 교류 전류를 흘려보내 내부 저항과 반응 특성을 분석함으로써 열화, 내부 단락 가능성, 셀 간 편차 등의 위험을 사전에 진단하는 기술이다. SK온은 이 기술을 통해 ‘화재가 나기 전 미리 잡아내는 ESS’라는 차별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성상훈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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