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데드 갤로어 브라운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석학이다. 최근 스웨덴 한림원이 단기적 경제 모형보다는 역사적 접근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서다. 갤로어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폭발적 경제 성장’과 ‘국가 간 부의 불균형’이라는 두 현상의 기원을 통합적·역사적으로 규명하려 노력해 왔다. 최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자신의 이론을 대중서 형태로 널리 공유했다는 것인데, 갤로어 교수도 자기 연구를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
갤로어 교수의 20년간 연구를 집대성한 대표작 <통합 성장 이론>이 국내 출간됐다. 원서가 2011년 프린스턴대출판부에서 나온 후 14년 만이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비범한 야심이 낳은 역작”이라고 평한 책이다.‘통합 성장 이론’은 갤로어 교수가 창시한 이론으로, 인류의 부와 불평등의 기원을 인구 구조, 기술 발전, 교육이라는 세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에서 찾고 통시적으로 이를 논증한다.
갤로어 교수는 책을 통해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정체의 시대에서 지속적인 경제 성장 시대로의 전환”이라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수천 년 동안 전 세계 경제적 생활 수준은 정체 상태였지만, 지난 200년간 1인당 소득이 10배나 급증했다.
이는 교육과 건강, 부의 수준 및 분포를 변화시켰다. 정체에서 성장으로 도약하는 시점이 국가별로 달라서다. “19세기까지 비교적 미미했던 이 같은 불평등은 크게 확대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과 가장 빈곤한 지역 간의 1인당 소득 격차가 1820년 3 대 1에 불과했던 것이 2000년에는 무려 18 대 1로 증폭됐다.”
이 대목에서 갤로어 교수는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조엘 모키어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와 자주 비교된다. 두 석학은 모두 산업혁명을 분기점으로 경제 성장의 역사적 원인을 분석한다.
갤로어 교수의 차별점은 ‘인구’라는 변수를 강조한다는 데 있다. 그는 인류 역사 대부분은 기술 진보로 창출된 자원이 인구를 늘리는 데 사용돼 1인당 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맬서스 정체’ 또는 ‘맬서스 함정’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본다. 반면 최근 2세기 동안 인구 증가율이 감소하면서 생산성 향상이 인구 증가에 따른 상쇄 효과에서 벗어나 1인당 소득의 폭발적 성장이 가능해졌다고 본다. 갤로어 교수가 ‘맬서스의 후예’로 불리는 이유다.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1798년 <인구론>을 통해 인구과잉 문제를 우려했다.통합 성장 이론에 따르면 인구 구조와 기술, 교육은 상호작용하며 사회의 부를 결정한다. 예컨대 기술 발전으로 1인당 소득이 증가하고 인간 자본, 즉 자녀의 질적 성장에 대한 투자가 중요해지면 부모는 자녀 수를 줄이는 경향을 보인다. 그 대신 한 명의 자녀가 더 많은 교육을 받으면 1인당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는 다시 기술 발전을 촉진한다.
그런데 인구 구조 변화 속도와 기술 발전 속도, 교육 제도는 국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기술 진보 속도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으로는 지식 창출 및 확산 속도,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 금융 제약, 문화 및 종교적 특성, 사회 내 이익 집단의 구성, 다양성 수준, 천연자원의 풍부성 등이 있다. 결국 인구, 기술, 교육의 차이가 국가 간 성장 속도 차이, 빈부격차를 초래한다.
다만 이 같은 통합 성장 이론은 제도, 정치, 전쟁 등 개별 국가의 특성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방대한 인류사를 통합해 설명하려다 보니 일반화가 불가피하다. 디지털 경제 같은 현대 경제의 새로운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세계적 석학이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책이라 일반 독자가 읽기는 어렵다.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꼽히는 세계적 석학이 평생 열중한 연구를 접해본다는 데 독서의 의의가 있다.
갤로어 교수가 쓴 대중서로는 <인류의 여정>이 국내에 번역돼 있다. <통합 성장 이론>과 마찬가지로 부와 불평등의 기원에 관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집필한 책이다. 출간 당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