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저가 의류업체 갭이 미국발 관세 부담과 소비자 물가 압박에도 불구하고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연간 매출 전망을 상향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올드 네이비, 갭, 바나나 리퍼블릭 등 주요 브랜드의 동일 매장 매출이 모두 증가세를 보이면서 실적 모멘텀이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갭은 20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을 기존 1~2%에서 1.7~2%로 상향 조정했다. 영업이익률 전망도 소폭 끌어올렸다. 관세 영향이 포함돼 있음에도 가이던스 상향이 이뤄진 점이 눈에 띈다. 발표 직후 갭의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4.5% 상승했다.
리처드 딕슨 갭 CEO는 성명에서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으며 올드 네이비, 갭, 바나나 리퍼블릭 등 3대 핵심 브랜드가 모두 강력한 동일 매장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3분기 실적과 현재 분기 흐름이 연말 성수기 판매에 유리한 위치를 만들어줬다”며 “이에 연간 매출 전망과 영업마진 전망을 각각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갭의 3분기 동일 매장 매출은 5% 증가하며 팩트 세트 예상치(3%)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7개 분기 연속 증가세다. 매출은 전년 대비 3% 늘어난 39억4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39억1000만 달러)을 상회했다. 주당순이익(EPS)은 62센트로 예상치를 웃돌았다.
갭의 실적 반등은 브랜드 리포지셔닝, 트렌드 대응 상품 강화, 재고 효율화, 옴니채널 운영 고도화 등 다층적 전략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우선 올드 네이비, 갭, 바나나 리퍼블릭 등 핵심 3개 브랜드의 정체성 재정립이 실적 개선으로 직결됐다. 올드 네이비는 ‘가성비 데님·액티브웨어’를 앞세워 가족 단위 수요를 다시 끌어모았고, 갭은 루즈핏·로우라이즈 등 트렌드를 정확히 반영한 데님 라인업으로 Z세대 소비자를 재흡수했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모던 익스플로러’ 콘셉트의 고급화 전략을 강화하며 프리미엄 고객을 되찾았다.
재고 관리와 마진 개선 전략 역시 성과를 뒷받침했다. 딕슨 CEO는 취임 이후 재고 축소를 핵심 과제로 삼았고, 할인·프로모션을 줄이면서 영업마진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공급망 단순화와 SKU 효율화가 재고 부담을 낮추면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특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하나의 통합된 구매 경험으로 연결하는 ‘옴니채널 전략’이 고객 충성도와 전환율을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시장에서 꼽힌다. 갭은 온라인 주문 후 매장에서 수령하는 ‘픽업 서비스’, 매장 재고를 온라인 주문에 활용하는 통합 재고 시스템, 온라인·오프라인 포인트 및 멤버십 연동 등을 강화하며 고객이 어느 채널에서든 끊김 없이 쇼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했다. 이는 온라인 판매 수익성을 높였을 뿐 아니라, 매장 방문 빈도와 재구매율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갭은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3분기 동일 매장 매출이 5% 증가하며 7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이에 힘입어 연간 매출·마진 전망을 상향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갭 주가는 올해 들어 여전히 2.4% 하락한 상태다. 관세 부담과 소비 둔화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