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직격타를 입었던 미국 리튬기업 앨버말 주가가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9월 말 전기차 세액공제 보조금 제도를 폐지한 이후에도 주가가 계속 오름세다. 시장에선 이 기업이 ‘바닥’을 찍고 턴어라운드할 가능성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주가 급락
앨버말은 뉴욕증시에서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6개월간 111.87% 상승했다. 전기차 붐이 둔화하면서 한동안 투심이 꺾여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것과는 딴판이다. 
앨버말은 칠레 SQM, 중국 간펑리튬과 함께 세계 3대 리튬기업으로 꼽힌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주요 원료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던 2021~2022년엔 ‘하얀 석유’로 불릴 만큼 각광받았다. 앨버말 주가도 2022년 11월 325.38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전기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리튬 공급량을 늘렸지만, 정작 시장에선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오면서 급증한 공급량을 수요가 받아주지 못한 영향이다. 2022년 11월 톤당 59만2122위안(약 1억1480만원)까지 치솟았던 탄산리튬은 지난 6월 가격이 6만454위안까지 내려 약 90%가 깎였다. 수산화리튬도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앨버말 주가는 올해 4월 50달러선까지 밀렸다.
ESS 등에 수요 반등 전망
최근 들어선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일부는 업계가 공급 과잉을 우려해 자체 감산에 들어간 영향이다. 중국 최대 이차전지업체 CATL은 지난 8월 리튬광산 두 곳 가동을 멈췄다. 
전기차 외에도 리튬을 필요로 하는 수요처가 늘어난 것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에너지저장장치(ESS)다. ESS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필수로 쓰인다.
켄트 마스터스 앨버말 CEO는 지난 6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 세계 리튬 수요가 전기차와 전력망 시장 덕에 올해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미에선 데이터센터와 AI 투자 증가로 전력망 안정성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ESS 수요가 전년 대비 15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앨버말은 2024년 탄산리튬 기준 200t였던 ESS용 리튬 수요가 2030년엔 최대 탄산리튬 기준 1070t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닝스타의 세스 골드스타인 애널리스트는 “ESS는 리튬 시장이 공급 과잉 이후 균형점을 찾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ESS 수요 덕분에 리튬 가격이 t당 2만달러 수준까지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앨버말의 경쟁사 간펑리튬의 리량빈 회장은 지난 17일 업계 콘퍼런스에서 "내년 리튬 수요가 30~40% 늘어날 것"이라며 리튬 가격이 t당 2만1000달러선을 넘길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바닥 찍었나'…기관도 속속 매수
이같은 분위기에 기관투자가들도 앨버말 투자를 늘리는 분위기다. 기관투자가 보유현황 보고서(13F)에 따르면 노무라자산운용은 지난 2분기에 앨버말 주식 19만8246주를 추가 매입해 총 65만8857주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시기 프로셰어어드바이저는 보유 주식을 기존 대비 48.5% 늘리며 총 287만110주를 확보했다. 싱가포르 펑허자산운용은 앨버말 지분 3290만3000달러어치를 새로 매수했다. 누빈자산운용은 2683만6000달러어치 지분을 신규 매입했다.
투자의견을 상향한 투자은행(IB)도 늘고 있다. RBC캐피털은 지난 10일 앨버말 목표주가를 기존 117달러에서 120달러로 상향했다.
로스차일드레드번은 지난달 말 앨버말에 대해 투자의견 제시를 개시하며 목표주가는 135달러, 투자의견은 '강력 매수'를 냈다. 리튬 가격이 오르면 단순히 원석을 정제·가공을 하는 기업보다 스포듀민(리튬 원광)부터 채굴하는 앨버말의 이익이 더 빠르게 오른다는 게 로스차일드의 분석이다.
순부채 상태…변동성도 유의해야
반면 월가 일각에선 주가가 리튬 가격 기대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변동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의 세액 공제 종료 이후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더 더디게 느는 경우 등엔 리튬 가격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순부채도 불확실성 요소로 꼽힌다. 외신들에 따르면 올 연말 기준 앨버말의 순부채가 20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2027~2028년 만기를 앞둔 부채는 리튬 가격 회복이 지연될 경우 리파이낸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앨버말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정유 촉매 사업 부문인 케첸과 유레캣의 지분을 각각 51%, 50% 처분해 현금 6억6000만달러를 확보할 계획이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앨버말이 이 자금을 바탕으로 리튬·특수화학 등 고부가가치 사업 확장에 나설 전망"이라며 "비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리튬가격이 반등하면 수익성이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